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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를 250개 만들면서 느낀 것

그만좀 하고싶다

by Jessy

0. 거지같은 카드뉴스에서 꽤 그럴듯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까지 3년이 걸렸다.

하나의 사이드 프로젝트였던 1주일 1-2개 카드뉴스 제작은 이제는 루틴이 되었고, 하루5분 페이지에 발행한 카드뉴스 및 외주 제작 카드뉴스 개수를 세어보니 얼추 250개였다.



하루5분 마케팅/자기계발/기획 카드뉴스 :(2주에 3개) *12개월* 3년 = 약 216개

외주 제작 카드뉴스 (마케팅 4.0, 4차 산업혁명, 송도맥주축제 등) : 평균적으로 5개*4회 = 약 20개

그외 포트폴리오용 혹은 공모전 : 약 15개 이상


=> 216+20+15 = 251



0-1. 내가 이만큼 대단하다 류의 글을 싫어하고 그런 글은 거의 안쓰려고 해서 이번 글도 그런 건 아닙니다.

우선 전 살아온 길에 당당하지만 대단하지 않고, 250개 중에 솔직히 더 잘할 수 있었을 것들도 있습니다.

다만 꾸준히 3년 간 아이디어를 모으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면서 얻은 접점들을 나눕니다.


쓰레기, 정체기, 발전기, 현재



1. 비즈니스와 미디어의 차이

- 콘텐츠 비즈니스는 Born to be 어렵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겁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만든다고 해서 100프로 돈이 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태생 자체가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미디어와 비즈니스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디어/콘텐츠의 경우 KPI가 노출성impression

반면 비즈니스는 KPI가 수익성Profitability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노출성이 전부 수익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페이스북 100만 노출이 돈을 벌어다 주지는 않는다는 이야기. 기껏해야 광고수익..?


1-1. a와 b 중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a) 100명한테 1원씩 받는 콘텐츠

b) 10명한테 10원씩 받는 콘텐츠


미디어 종사자는 a가, 비즈니스 종사자는 b가 좋다고 대답할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b가 더 좋다고 생각.

100명에게 뿌려져봤자 1원정도로밖에 가치가 없는 콘텐츠는 대체제도 많고 그냥 잊힌다.

반면 10원의 가치가 있으면 애초에 그걸 살때부터 가치에 동의하고 구매했기 때문에 구독을 취소할 용의가 적습니다. 그리고 콘텐츠 창작자도 합리적인 보상을 받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비즈니스는 그냥 좋은 것이 아닌 꼭 필요한 것이어야 하는 이유다.


1-2. 미디어는 우선 많은 사람들에게 파급이 되어 장/단기적 변화를 도모한다면

비즈니스는 계획한 분기별로 수익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그래서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는

수익 창출, 콘텐츠의 컨셉, 플랫폼과의 수익배분 사이의 시소게임을 통해

비즈니스가 가능한 포인트를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콘텐츠 베이스 창업자가 가장 난항을 겪는 게 이런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얼리어답터 및 엘리트 층을 기반으로 높은 객단가의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는 퍼블리,

전국민을 대상으로 저가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

그렇다면 뉴미디어 콘텐츠는 어디로 가야할까요? OTT? 오늘 넷플릭스에 레주메 쓰겠습니다..



2. 결과값의 모순

- 결과값이 어떻게 나오는지도 모르고 의존하는 시장 참여자는 해당 시장에서 주도권이 떨어진다.


하루5분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좋았던 점은 단순히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국한되지 않았다.

시장 감각을 늘려준 것은 콘텐츠를 발행 또는 광고를 태울 때 구독자 인사이트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동영상의 경우 좀 다르지만 카드뉴스나 링크의 경우 impression, 도달율, 클릭 수, 좋아요 등등의 리액션 수.

어떤 걸 올렸을때 어떻게 터지는지.


좋아요나 공유같은 것은 건바이건으로 카운트되지만 impression이나 도달율은 굉장히 모호한 매트릭스다.

어떻게 집계되는지 모른다는 건 콘텐츠 판매자로서 큰 약점이었다. 3초 이상 보면 도달인지 5초 이상 봐야 도달인지.. 비즈니스 페이스북 페이지를 다 뒤졌지만 나오지 않았다.


와 이거 잘못하다간 큰일 나겠다고 생각했다. 뉴스피드 상에서 어떤 게시물을 노출시키는가에 대한 주도권을 이미 페이스복에 양도했는데, 매트릭스조차 알지 못하다니. 위기감을 느끼고 페이스북을 함께 키우는 유저가 되기 위해 콘텐츠 수급자 + 개발자 로 내 스펙트럼을 늘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확실히 엔지니어적인 시각을 갖추니까 페이스북이 다시 보였다. (물론 아직 찌질이입니다 그리고 도대체 뭐가 도달인지 아직도 모르겠음)


유튜버들이 수익배분 받을 때 그 구조가 투명하지 않고 복잡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페북이든 유튜브든 크리에이터가 불리한 원인이 여기에 있다.

결과값이 어떻게 나오는지도 모르고 의존하는 시장 참여자는 해당 시장에서 주도권이 떨어진다.

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낼 수 있는 임팩트도 한계가 있고

시장의 맥락에 흔들리는 약한 플레이어가 된다.


2-1. 영화 산업과 음악 산업이 유통사와 배급사에 대부분의 호혜가 돌아가는 구조이듯이

미래 콘텐츠 시장 최대 수혜자는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각 수치별로 수익을 배분하는 Standard를 설립하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될 거다.


물론 지금 페이스북이 후드려 맞고 있는 것처럼 그것 역시 사용자의 편의나 심리를 고려해서 운영해야겠지만 어쨌든.



3. 꾸준함의 힘

- 신은 인간이 못하는 것을 할 때가 아니라, 할수 있는 것을 매일 할 때 돕는다.

일주일에 하나씩 3년을 공부했던 힘은 강했다. 물론 3년중의 며칠은 쓰레기도 만들었다...


1년이 되고 6개월이 지나 예전 카드뉴스를 보면 실력이 는 게 보였고, 때로는 정체된 게 보였다.

하루의 결과는 잘 안보이지만, 연도 단위의 결과는 비교적 가시적하다.

직접 공부하고 느끼고 실행한 만큼 사람은 변한다.


3-1. 솔직한 이야기로, 좀 해보다 안되서 포기하는 사람들한테 100프로 공감해주지 않는 편이다.

반면 어딜 감히 글쟁이가 일주일에 한번 글을 쓰면서 인정받길 바라냐는 신상철 님의 글(https://www.facebook.com/shinestory/posts/1666202893508195)에 굉장히 공감한다.


피벗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지 마라. 할만큼 해보고 안되서 방향을 전환하는 게 피벗이다.


3-2. 카드뉴스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내가 이걸로 세상을 바꿔보겠어!! 라는 거창한 마음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카드뉴스는 뉴미디어 한번 시도해보고 싶어서 얼결에, 글은 내 마음을 토로할 데가 없어서 떠밀리듯 시작했다.


하다 보니까 1년, 2년, 그렇게 느는게 보였다. 그래서 계속 했다.

생각보다 "계속 하는 사람"이 많이 없다. "뭘"했다보다 "계속"했다라는 사실이 강점이 되기도 한다.



4.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의 중요성

- 아이디어는 휘발성이 있어서 순간 찾아온 생각은 순간 떠난다.

내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을 했고, 어떤 행동을 해나가는지 도 쉽게 잊는다.

카드뉴스 주제가 떠오르면 우선 적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노트와 펜을 들고 다닌다. 일기도 계속해서 적는 중.


짧은 글을 쓰는 훈련, 두괄식으로 쓰는 훈련, 카테고라이징 등등을 연습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이 들었고, 다른 글을 읽을때도 행간과 행 너머에 담긴 생각까지 읽기 위해 노력한다.



5. 콘텐츠 비즈니스의 미래는 어디로?

- 콘텐츠라는 로켓은 3단 분리 중, 이제는 알짜배기만이 남을 시간.


2014년 스브스 뉴스를 시발점으로 카드뉴스가 떴고, 열정에 기름붓기/책끝을 접다/체인지 그라운드가 차례로 생겨났다.

콘텐츠 비즈니스라는 로켓에 올라탄 수많은 기업이 생겨났고, 사라졌다.


이제는 시장이 정립될 시기인 것 같다. 단순히 "뉴미디어"라는 핫한 단어 하나로 투자를 받아낼 수 없다는 이야기다.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이미 SBS의 모비딕은 왠만한 신생 채널보다 잘한다.


뉴미디어건 레거시 미디어건, 그런건 이제 중요하지 않다. 출판 시장이 사양이라지만 명확한 포인트와 독자군을 겨냥한 매거진 B는 계속되듯이, 뉴미디어 시장에서도 정확한 매체이해와 비전, 머니감각을 가진 주요 플레이어만 남게 될 것.



++ 카드뉴스를 만들며 들었던 이런 저런 생각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걸 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 엄청나게 크게 변혁되거나 답이 명확하게 딱 내려진 건 아니다. 그냥 내 인생의 dot(점)을 하나씩 찍는 느낌이었고, 알게되는 불확정성은 더욱 많아졌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겠지.


이걸 보고 와 멋있어서 나도 카드뉴스를 만들어야지 그럼 잘되겠지? 이렇지는 않길 바랍니다.

인생의 방향은 뭘 한다고 해서 정립되는 것이 아니라

뭘 함으로써 내가 뭘 얻어가고 느끼느냐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남들 학회한다고 해서 학회하고, 인턴한다고 해서 인턴하고, 유학 간다고 해서 유학 가는 건 아니잖아요.

규모나, 남들이 보았을때 팬시함은 사실 그닥 중요하지 않습니다.

좀 작거나 찌질해보여도 남들의 지도를 베끼지 않고 스스로 결정을 내려 행동해보면 되는 거 같습니다.

이렇게 쭉 써놓으니까 되게 잘난 것 같아도 시작은 얼떨결에 하거나 어쩌다 보니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쓰레기도 만들었고 아직도 할게 많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하나씩 차근차근 멈추지 않고 발 딛어 나가는 순간,

불확실한 세상에 자기 자신에게만은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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