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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Dec 16. 2017

리쌍노래가 나이들수록 좋은 이유

프로 밤샘러의 어느 날 밤 생각, 오늘도 밤샘 각

0. 날이 갈수록 우울한 노래가 좋아진다. 모든 사람이 각자 감당해야할 우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블랙코미디는 분명히 존재하는 삶의 검은 면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큐다.


1. 리쌍 노래를 고등학교 1학년때 처음 들었다. 왠지 있어보이는 감성, 나는 모르는 어른들의 세계를 말하는 노래가 멋있어보였다. 대중 가요보다 니치하고 트렌디한 음악을 나는 듣는다는 지적 허영심 때문에 들었다.


2. 그리고 요새는 가사 때문에 듣는다.

내가 웃고 있는지, 우는건지. 그게 다 모두 거짓인거 같은 날이 이어진다. 그렇게 어른이 되며 끊임없이 외롭고, 흔들리며 어른인척 노력하는 20대가 여기 있다. 처음엔 판타지 때문에 들었는데, 이젠 공감때문에 듣는다.


3. 우리는 리쌍의 가사를 살아간다. 예전 연인과 영원할 것 같이 밤을 보내고 헤어진다. 사랑의 추억은 내 맘에 남아 나를 기쁘게 하지만 그것 뿐일때가 있고, 누군가는 몇 백, 몇천 만원을 쉽게 쓸때 나는 몇십 때문에 힘들다. 열심히 살았는데 아득하고 내 삶은 내 것이라는데 가진 게 하나도 없을 거 같은 순간을 살고. 남들은 다 패기 넘쳐보이고 나도 패기가 있었는데 언제까지 패기만으로 덤비고 넘어져야 할지 몰라서 지칠 때가 있다.

 

4. 블랙코미디가 거북하지 않고, 코미디보다 더 재미있어지는 나이에 나도 왔다. 당신도 언젠가 그런 때가 올수도 있고, 이미 그런 시기일수도 있다.

블랙코미디가 진짜 "웃플 때"는 내가 블랙코미디를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다.


4-1.  블랙코미디의 바이블 <위기의 주부들>에서 나는 악동 가브리엘(Gabrielle, 약칭으로 Gabbi)을 좋아한다. 인간 본연의 이기적이고 추악한 욕망을 묻어버리지 않고 솔직하게 대면하기 때문이다. Gabbi says, "Com'on, We're all horrible people"

Yes, We are horrible people. 우린 다 그렇고 그런 족속들이다. TV의 범죄자를 욕하면서도 내 자식이 실수로 범죄를 저질렀다면 숨겨주고 끝까지 자식의 편에 서며, 엿같은 순간 몸에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담배를 다시 문다. 다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연민할 수 있고, 그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5. 3일동안 밤을 새고, 기말 발표를 마치고 죽은듯이 5시간을 잤다. 다시 일어나 도서관에서 밤을 새는 지금 다시 리쌍 노래를 튼다. 아,Ballerino가 2007년에 나왔으니 벌써 10년된 노래인가.

트와이스의 신곡과 비교하면 10년된 Ballerino는 살짝 낡은 것 같은 비트의 음악. 왜인지 낡은것 같은 비트는 왜인지 낡아버린 것 같은 나와 닮았다.


열정신화나 값싼 위로를 다 집어 치운 그들의 노래가 좋다, 한없이 거친, 정제없는 날것 그대로의 가사가 위로 아닌 팩트를 건네기 때문이다. 알지도 못하는 위로의 말보다, 그래 나도 알아 라는 공감이 더 위로가 된다.


6. 당신이 누구든, 2017년을 헐레벌떡 살고 떠밀리듯이 살고 허구한날 파리의 시간을 살다가 현타가 왔다면. 그렇다면 리쌍의 노래를 한번 들어보기를. 어른의 세계로 온 것을 환영한다. 현실은 원래 이런 거지만, 그래도 이런 현실이라서 살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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