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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Aug 17. 2018

Remember who you are

치열해져야 할 시간

0. 하루에 1도씩 오르는 물의 개구리는 죽는다. 최근들어 내 몸 안에 나태라는 독이 1도씩 쌓이는 것이 느껴졌다. 나태함과 무능력 혐오가 있는 나 자신이라서 내 스스로가 역겨웠다.

밤을 새도 15km를 연달아 달려도 찬물로 샤워를 해도 돌아오지 않았다. 마음이 갈대밭에 가있는 나 자신을 계속해서 마뜩찮아 하다가 결국 최근에 바닥을 보이는 실수를 했다.


1. 내영언니가 말했다. "지수야 너 요새 나태하다?"

정확했다. 늘 부지런하게 살아온 탓에 주위에 요새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면, 그들은 내 이야기나 심리가 아니라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지수를 봤다. "아닌데? 제시 너 잘하잖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객관적으로 난 요새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1주일에 한 번씩 휴가를 즐겼던 싱가포르에서보다도.


2. 아빠는 그럴 떈 쉬라고 했다. 아빠, 난 지금 쉴 때가 아니야. 쉬었는데도 지금 페이스가 돌아오지 않고 있어.

결국 답답한 마음에 부족한 딸내미는 한번 더 성을 냈고 싸웠다.


모든 사람이, 미디어가, 영화가, 책이, 인스타그램이, 쉬라고 하고 안하고 싶으면 하지 말라고 한다. 난 항상 삐딱선을 타는 사람이라서 반문한다.

하고싶은데 안되면?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3. 싱가포르에서 뮤지컬 라이온킹을 봤다. 라이온킹에서 심바는 왕이 되고자 하는 욕구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로운 하쿠나 마타타의 삶을 즐긴다. 원숭이 주술사의 도움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왕 무파사의 "너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거라 Remember who you are."라는 메시지를받고 나서 심바는 다시 왕이 되기 위한 시련을 거친다.


만약 라이온킹이 2018년에 제작되었다면 왕이 되고자 고생 -> 유유자적 삶 -> 결국은 인생 뭐 없고 하쿠나 마타타! 이렇게 끝났을 거다.

요즘 세상에 적합하게 들어맞는 결말이다.


3-1. 요새들어 섣불리 "치열함"에 빠져들지 못했다.

지쳤었나 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나도 사람인지라 고생좀 그만하고 싶었다.

주위 사람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나다. 하쿠나 마타타의 메시지에 하도 많이 노출되다 보니 치열함에 대한 염증이 생겨버린 건가.


3-2. 무파사가 심바에게 "Remember who you are"라고 말했듯이

내영언니는 오늘 나한테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라고 말했다.


지수야 너 왜이러는 거야. 이러면 안된다는걸 안다고? 아니야 넌 지금 몰라.

실제로 행동하기 전까지 넌 지금 모르는 거야.


맞아. 할 때는 해야 된다. 너무 인생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말은 해야 할 것도 대충 바라보라는 뜻이 아니다.


4. 제시랑은 한 번 이야기해 보고 싶어, 그런 말을 들을때마다 참 기뻤다.

나를 "이야기해보고 싶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건, 사실 어디에서 인턴을 하고, 어느 대학을 다니고 이런게 아니었을 거다. 내가 상경대학 전공자도 아니고, 대기업 인턴을 해본 것도 아니니까.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 건 "치열함"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싸워서 이뤄나가는 자세.


4-1. 세상은 아름답다고 믿는 나랑 참 다른 신과대학 친구들을 만나면 (다 그런건 아님)

순간 다른 관점을 받아들여서 신선하다. 그게 내 지평을 넓혀준 것도 맞고 정말 힘들때는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그들을 찾아갔다.


그들이 내 옆에 있어서 감사하다. 하지만 그들의 세상은 내 세상이 아니다.

그리고 내 주변인들도, 치열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나 자신이었어서 나를 알아 줬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인생을 산다. 그리고 그래야 한다.


5. 인생의 승부를 걸어서 정말 무언가를 만들어 내보겠다는 꿈.

그 꿈이 있어서 이제까지 치열했다. 그리고 그런 꿈은 사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2년 전 시몬느의 창업주 박은관 회장님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회장님은 지난 20여년간 달려왔던 과정을 말씀해 주셨다.

비범해져서 자신만의 승부수를 띄워보고 싶다면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롱런해야한다.


5-1. 비범해지고 싶다고 하면서, 지난 몇 주간 휩쓸렸다.

휩쓸린다는 변명 아래 나 자신을 방치하고 있었다.


우리가 참 외면하고 싶어하는 사실인데, 우리는 우리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다.

나는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를 깨지 "못"한것이 아니었다. "안"하고 있었다.


6. "유능한 동료와 일하고 싶은데, 인사이트도 얻고, 자극도 받고.

도대체 유능한 사람들은 다 어디 있는 걸까?"

태영이와 어느날 낮에 맥주한잔하다가 물었다.


태영이는 버티라고 했다. 니가 지금 여기서 염증을 느끼고 주저앉아 버리면 넌 딱 여기까지라고.

지금은 실력차가 보이지 않지만, 이 상태가 10년 15년이 지속되면 엄청날 거라고.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 사회의 요직을 차지해서 만날 거라고.


만난다. 맞아. 프듀 101에서 기억나는 대사 딱 하난데 김세정이 말했듯이 우리는 꿈의 끝자락에서 만나야 한다.

끝자락에서 더 멋지고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나 자신을 갱신하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철저하고 치열해야 한다. And then, Remember who I am.


주위 상황이 어떻든, 뭐라고 떠들든 나 자신에게 집중해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능력.

지금의 나에게는 이 능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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