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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Oct 29. 2018

그렇게 다들 어른이 된다

오늘의 소고(小故)

0. ㅈㅅ오빠랑 러프하게 면접 스터디를 했다. 5번 여의 인적성과 중간고사 후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당장 내일 모레 면접을 준비하려니 잘 안 됬다. 사실 이번 학기는 대학 생활 처음으로 용돈을 다 받으며 생활하기에 손발의 모래주머니가 풀린 상태다. 원래 내 인생은 빡셌기에 자소서 쓰고 인적성 준비하고 면접 연습하는 Task 자체는 그리 힘들진 않다. 어찌 됬든 도전할 기회가 있는 거니까.



1. 다만 요새 멘탈이 좋지 않은 이유는 자꾸 가치가 충돌해서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과 하고싶은 일, 많이 뽑는 일 사이에서 난 계속 박살 나는 느낌이다.


원하는 대로 인생이 흘러갈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지난 10년 가까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끌어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방에서 공부하는 게 싫어서 외국어고에 진학해 프랑스어를 공부했고, 많은 기회를 주는 유수의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를 했고, 실패했지만 전과에 3번 도전했고 스스로 비용을 마련해 유학을 갔다.

그렇게 열심히 산 단 하나의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였는데 어찌 되었든 잘할수 있는 직군, 하고 싶은 직군, 많이 뽑은 직군에 모두 지원하는게 맞으니 고민 후 해볼만 하다 싶으면 쓰고 있다.


어디에 적을 두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고

생각 외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도 있는게 맞다는 건 알지만,

놓을 부분을 놓는 게 쉽지 않다.


그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더 그렇다.



2. 1년 전 광고 회사 재직 시절, 옆 팀 본부장님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던 어느 날 말했다.

"하고 싶은 일에 열정 다해서 부딪혀서 안되 보기도 하고, 어쩌다가 얻어걸린 일에 새로운 적성을 발견해보기도 하고, 내 한계를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다 어른이 되는 거지."


2-1. 난 너무 빨리 어른이 되었었던 사람이었다. 비상경이었고, 이상한 전공의 취준생이었고, 그래서 크고 넓게 보지 못했었다. 그래서 불행했다. 눈 앞에 주어진 것만 봤고, 스펙을 채우자니 부족한 것만 보였다.


오히려 내가 아이같이 많이 도전해보게 된 건 인턴하면서부터였다. 24살은 대학에서 늙었다 라는 말을 듣는 나이지만 사회에서는 꼬꼬마다. 집에서는 알아서 잘하는 첫째, 과에서는 의지할 수 있는 언니였는데 꼬꼬마가 된 인턴 때 나는 누구보다 자유로웠다. 솔직하게 원하는 부분을 밝히기도 하고, 의지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의지했다. 피터오빠와 ㅈㅅ오빠하고 아이데이션을 하면 난 내 욕구에 충실하고 내 센스에 충실하다. 내가 해야하는 것이 아닌 하고싶은 분야를 맘껏 공부하고 풀어내면서 난 다시 아이같이 공부하며 행복했다. 


네버랜드에서 꿈을 키워야 할 시기에 해야할 것에 매달렸고, 뒤늦게 네버랜드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나는 여기를 떠나기가 아쉽다. 



3. IT도 하고 싶고 글로벌도 하고싶고 근데 또 미래 성장성은 있었으면 좋겠고 서비스랑 인공지능도 계속 공부하고 싶다. 인적성에 붙었다가 면접에 떨어졌다가 하면서 내 향후 10년 미래 계획은 하루에도 몇번씩 바뀌고 있다. 언젠가 Ryan이 했던 "할수 있는게 많으면 축복이고 하고싶은 게 많으면 저주다" 라는 말을 실감하는 중이다.


 3-1. Fit한 직장에 들어가고 싶은데 내가 생각하는 희망 회사가 진짜 Fit한 곳인지 내가 Fit하다고 우기는 건지 잘 모르겠다. 하루에도 몇번씩 멘탈이 왔다갔다 하는데 무작정 오빠들한테만 기댈 수도 없는 부분이고 나를 어떻게 다룰 건지 고민이 많이 된다.



4. 흔들림과 성장은 사실 맞닿아 있는 것이기에 이 시간이 기껍다. 다만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이 시간의 어떤 선택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낼지 궁금하고,

그 결과를 내가 멋지게 받아들이는 어른이 될 수 있을지 불안하다.


숨을 크게 들이마쉬고, 내쉰다.


다들 그렇게 어른이 된다.

걱정은 되지 않지만 누구보다 욕심 많은 내가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니면 목표에 충실하면서 한번 더 치열하게 도전해볼 수 있을까.



5. 앞으로 나는 내 자신에게 무엇을 언약할 것인가. 

포기함으로써 좌절할 것인가, 저항함으로써 방어할 것인가, 도전함으로써 비약할 것인가. 

다만 확실한 것은 보다 험난한 길이 남아 있으리라는 예감이다. 이 밤에 나는 예감을 응시하며 빗소리를 듣는다. (박경리, <토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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