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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안 Apr 26. 2023

식물 킬러의 탄생

아 돈 워나 킬 유



 


집 주변에 있는 화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나의 광기 어린 취미 생활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검색해 보니 집 주변에 화원이 아주 많았다. 차로 10분 거리에 화원이 10개가 넘었다. 그 당시 늦여름이라 화원은 비수기였지만 나는 갈 때마다 처음 보는 식물을 네다섯 개씩 집어 왔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아마 봄부터 식물 덕질을 시작했다면 순식간에 통장이 '텅장'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식물을 하나둘 채우다 보니 베란다와 거실에 발 디딜 틈이 없어졌다. 방도 마찬가지였다. 식물에 과몰입한 지 2~3주가 지나자 식물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상하네... 3~4일에 한 번씩 물을 줬는데 왜 죽지?'


관엽식물은 그나마 생존했지만 내가 아끼던 유칼립투스가 시들 때는 너무 속상했다. 인터넷에서 '유칼립투스 키우는 법'을 부지런히 검색했다. '유칼립투스는 물을 좋아하지만 과습은 안 돼요', '물을 적당히 주세요'라는 애매모호한 말들은 도움이 안 됐고, 식물은 이런 답답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꾸준히 죽어 나갔다.


'아, 도저히 안 되겠다! 책을 사서 보든가 하자!'


인터넷 서점에서 식물 책을 검색했다. 생각보다 권수가 적어서 금방 주문했다. 택배가 도착하자마자 신나게 상자를 뜯었다. 그 중에 한 권은 책 표지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글이 술술 읽혔다. 이런 책을 쓰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문득 궁금해져 저자 소개를 다시 읽어 봤다. 저자 소개에 공개한 SNS 계정들을 하나씩 둘러봤다. 그중 한 사람은 3개월 과정의 전문가반 식물 수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냥 취미로 식물을 키우고 싶은 나로서는 부담스러웠다. '아, 지금은 취미반이 없네. 가볍게 배우고 싶은데...'


며칠 후 작가님 피드에 공지가 올라왔다. '전문가반 설명회'를 한다는 이야기에 다시 눈이 반짝이며 호기심이 발동했다. 참가비 1만 원에 차와 간식까지 준다고 하니 꽤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수업을 듣지 않더라도 궁금한 점 몇 가지는 해소하고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인터넷으로 설명회 신청을 했다. 설명회 날이 마침 휴가 마지막 날이어서 날짜도 시간도 딱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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