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애쓰지 말자
식물을 돌보고 식물을 만지면서 나의 내면에 집중하는루틴을 갖게 되었다. 마음이 심란하고 머릿속이 복잡할 때 식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면이 고요해졌다. 숲 냄새가 나는 흙을 만지고, 오래된 흙을 털어내고 상한 잎과 가지를 잘라 주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속에 있는 찌꺼기들도 함께 후드득 떨어져 나갔다.
흙이 바짝 말라 있는 식물에 샤워를 시켜주면서 내 마음속 불순물도 같이 씻겨 내려갔다. 단지 감정의 변화일 뿐인데도 식물을 돌보는 과정에는 분명 좋은 기운이 있었다.
식물이 무럭무럭 잘 자라주면 식물한테 고맙기도 하지만, 부지런히 움직인 내 공도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뿌듯해졌다. 수고를 들여 물을 주고, 집 안 환기를 시켜 주고 때로는 필요한 영양제까지 챙겨주면서 무언가를 잘 돌보고 있다는 부분에서 작은 성취감도 느꼈다. 식물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지만 스스로에 대한 긍정의 영역들이 점차 확장됐다.
내가 좋아하고 또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같아엄청난 행운이라고 느꼈다. 꾸준히 무언가를 좋아하거나 깊이 좋아하는 것도 재능이라고 했다. 나는 그동안 부지런히 시행착오를 겪었다. 좀 더디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용기를 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식물을 통해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식물 일을 시작한 뒤로 매월 수입이 불안정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 이 일을 놓지 않는 이유는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좀 더 쉬울 줄 알았는데 잘하려고 애쓰고 생각이 과해지면 자꾸 몸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다. 힘을 계속 주다 보면 결국 힘을 빼지 않으면 오래 식물과 함께 평온하게 나아가기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됐다. 수시로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고 생각에도 힘을 빼는 것은 평생 가지고 가야 할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