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돌보는 것은 궁극의 사치

THE HOME을 통해 바라본 집에 대한 생각

by 정글안

매거진 B는 내가 정기적으로 돈 주고 사보는 다큐멘터리 잡지다. 코로나가 터지고 해외 출장과 만남이 어려워져서 브랜드 취재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THE HOME이라는 집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 감각과 철학을 겸비한 훌륭한 브랜드만 소개하는 잡지라 믿고 있던 터라 과연 집에 관한 어떤 이야기가 실려 있을지 기대가 컸다. 기대만큼이나 표지부터 내용까지 유익했다.


실내 공간에 걸린 식물 사진은 동시대 사람들의 욕구를 잘 반영했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외부에 있는 자연에 대한 그리움과 결핍이 더 깊어지고 있다. 우리는 마음이 답답할 때 바다를 보고 싶어 하고 탁 트인 경치를 바라보길 원한다. 인간은 자연 속에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격리돼 있다.




이번 책에서 가장 현실감 있게 이야기를 전달받은 부분은 발행인의 글이다. 다른 인터뷰이들은 서구권 거주자들이라 주거 환경이 우리와는 약간의 이질감이 있고 한국인 인터뷰이 경우에는 디자인 전문가이고 고가의 가구로 집을 디자인해서 나에게는 거리감은 느껴졌다. 나도 능력이 생겨서 비싼 가구를 사서 그런 멋진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인터뷰이들 거의 모두가 식물을 공간에 두었다는 점에서는 인간으로서의 공감대를 어쩔 수없이 형성해주었다.

발행인 조수용 대표야 더 부자 시겠지만 메시지가 아주 좋았다. 매거진 B나 B캐스트를 들을 때마다 느끼지만 메시지 전달력이 훌륭하시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인과 한국 주거 환경을 잘 아는 전문가다웠다. 특히 자연이 주거 공간과 더 밀접해졌다는 아주 작은 공간도 식물 하나로 그 공간을 분리할 수 있다는 의견은 공감이 되고 공간을 자기화하는 것에 대해서 끝까지 해보길 추천한다는 메시지는 도전이 되었다.

결국 럭셔리의 맨 끝은 자연이라는 발행인의 메시지는 화분 하나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우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작은 식물로 시작해 자연을 내 공간에 들이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었다. 조경업체에서 자연을 품 정원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나 스스로 자연을 돌볼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삶이 가장 사치스러운 삶이라는 이야기다. 돈도 있어야 하지만 시간과 마음의 여유까지 있어야 하니까.


좋은 집에 대한 발행인의 생각이 내 뒤통수에 닿을 때쯤 남은 페이지에 대한 기대가 마음속에 가득 차 올랐다.


Q:
'누군가의 집을 방문했을 때 '좋은 집'이라는 느낌을 받는 순간은 언제인지도 궁금합니다.

집주인이 자기 집 구석구석에 대해 얼마나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지, 그걸 되게 중시해요. 유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작업했다든지, 요즘 트렌드가 어떻다라든지 하는 건 자기 언어가 아니죠.
비싸고 좋은 집에 살아도 내 언어로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중략) 내 것이냐 아니냐가 훨씬 중요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