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있는 식물

몬스테라 기호 1번

by 정글안


생애 첫 몬스테라는 양재 화원에서 샀다. 비닐하우스로 된 화원은 사우나나 다름없던 여름이었다. 아침 9시 40분쯤 우리 동네에서 내 차로 출발했다. 평일 오전의 강변북로는 막힐 수밖에 없고 우리는 1시간이 훌쩍 넘어 강남 양재 화훼단지에 도착했다.


몬스테라를 사러 간 건 아니었다. 동생이 편의점을 개업해서 축하 선물로 힙한 화분을 사주겠다고 나선 날이었다. 당시에 다니엘 헤니가 방송을 통해 집을 공개했는데 거기에 나온 식물이 너무 이국적이고 멋졌다며 동생은 자기도 그걸 사달라고 했다. 이름도 화려했던 아가베 아테누아타!

이국적인 분위기에 눈길이 갔다. 고급스러웠다. 가격도 고급스러웠다. 하지만 동생의 첫 사업이니 큰돈을 쓰기로 했다. 15만 원을 지출했다.

화원 경험이 없던 당시에 화훼 단지는 엄청 신기하고 넓은 공간이었다. 화원 실내에 들어온 지 30분 정도 지나자 온 몸이 축축하고 더위를 먹을 지경이었다. 결국 초반에 보았던 그 집에 다시 돌아가 결제를 하면서 내 것도 하나 사고 싶었다. 당시 식물 초보자였던 나는 눈에 익은 몬스테라가 눈에 들어왔다.


'사장님, 이건 얼마예요?'

'15000원에 드릴 수 있어요.'


이미 마음에 들어와 버려서 깔끔한 화이트 화분까지 골라서 사장님께 분갈이를 부탁드렸다. 몬스테라는 45000원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인터넷으로 사는 거랑 비슷하거나 좀 더 비싸게 산 것 같다. 게다가 그때가 체감상으로 더 비쌌던 것 같다. 뭐 가게마다 식물 상태마다 가격은 제각각인 법이니까.


동생이 고른 화분까지 분갈이하려면 시간도 걸리고 생화 파는 건물도 둘러보고 싶었다. 사장님도 분갈이를 하는데 시간이 필요하시다고 해서 배가 많이 고팠던 우리는 점심을 먹고 찾으러 오기로 했다. 된푹푹 찌는 비닐하우스 밖으로 후다닥 뛰쳐나왔다.


동생은 근처에 아는 식당가가 있다며 나를 맛집으로 안내했다. 사실 먹은 음식은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시원한 아이스라떼를 빨대로 쪽쪽 빨아들였던 조용했던 카페에서 사진을 몇 장 찍었던 기억은 또렷하다.

이건 또 다른 몬스테리아지만 잎이 너무 예쁘게 찢어져서 찰칵!

그 몬스테라는 우리 집 플랜테리어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첫 화분은 아니었다. 이전에 참 많은 식물을 죽였다. 이 몬스테라도 사실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몬스테라가 쑥쑥 자랐다며 엄청나게 큰 화분에 분갈이를 하고서 이후에 물을 과하게 준 바람에 과습으로 죽었다.


그 이후 몬스테라가 아무리 몸집이 커져도 작은 화분에 키우고 있다. 뿌리가 자랄 수 있는 약간의 공간이 있는 정도면 된다는 생각으로 화분의 크기를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