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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딩크라서 죄송합니다

애국자도 매국노도 아닙니다

by Jessmin

딩크 부부로서의 삶은 자주 평가대에 오른다. 초저출산국가 대한민국에서 결혼은 했는데 아이를 갖지 않는 삶은 이렇다.


타인의 평균 기대치에 도달치 못하는 삶.


한 개인으로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하고 살았다.

학창 시절엔 학생이니 공부했고, 대학시절도 놀기보단 죽어라 공부하여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졸업하고 나니 밥벌이하며 치열하게 살고, 연애도 하다 보니 결혼까지 했다.


이제 결혼했으니 나 닮은 딸 하나, 남편 닮은 아들 하나 낳아서 오순도순 다복하게 살기만 하면 되는데 그럴 마음이 도통 들지 않는다.


예전엔 딩크부부를 욕하는 온라인상의 여론과 사회에 불만이 많았다.

'한 개인으로 열심히 살았고, 경제활동도 하고 세금도 내고 다 하는데 왜 이렇게들 부정적일까?'


사실 열심히 살아온 스스로를 잘해왔다고 다독이며 눈 귀 닫고 싶다. 하지만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만 생각해 봐도 딩크부부를 반기지 않는 사회적 여론에 대한 해답이 나온다.


수백 쌍의 딩크 부부가 있다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이유 또한 수백 개 일 것이다.


나의 경우엔 홀로서기를 하겠다는 약간의 이기심과 자신감에 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홀로서기’라는 말은 지독히 개인주의적이다.

더 나아가 이기적이다.


인간이 어찌 홀로 설 수 있을까?

이 사회의 모든 것은 타인의 노동과 지식을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조금 더 나아가 연금 시스템을 봐도 그렇다.

현재 내고 있는 국민연금은 내가 수령할 세금이 아니다. 지금 살아계신 우리 부모와 조부모 세대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 말은 즉슨, 40년 뒤에나 받을 국민연금은 (받을 수 있다는 가정하에) 내가 낳지 않은 타인의 아이들의 노동으로 받게 되는 셈이니, 아이를 낳고 키우는 유자녀 부부들과 아이들에게 일정 부분 감사함과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다양한 이유들로 딩크라는 결론에 도달했을지언정 자녀를 가진 사람들의 평균적 관점에선 자발적 딩크는 그저 본인의 편의를 위해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했을 뿐이다.



딩크가 많아지는 우리 사회의 미래, 과연 2-30년 후의 대한민국은 어떠할까?


초저출산 국가로 더욱 극심한 경쟁사회가 될지,

인력부족으로 인해 개개인이 더 나은 대우를 받을지, 여러 인종이 어우러져 미국과 같은 멜팅팟 (melting pot)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노인이 된 우리 부부와 많은 1인가구들 대부분은 현재 태어난 아이들의 노동력 덕을 보며 살게 될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내 몫을 다 했으니 된 거 아니냐는 식의 마음을 내려놓고 미래에 있을 누군가의 희생에 미리 감사한 마음을 전해본다.




다자녀 부부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애국자'라고 부른다. 인구절벽의 대한민국에서 그들이 애국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그럼 딩크부부는 매국노일까?

물론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로 결론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경제적 관점에선 자의적으로 딩크가 된 부부들은 누군가에겐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저출산의 미래가 극으로 치달을수록 그런 시선들이 점점 더 생겨날 수 있다.


개인의 결정이 평가받고 증오받을 가능성이 있음은 여전히 안타깝다. 딩크부부들은 아이를 낳지 않고도 개인의 몫을 다 하며 또는 그 이상을 하며 애국하고 있다. (물론, 애국을 하냐 마냐 또한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니 안티딩크인들은 딩크부부가 그 자리에서 해내고 있는 ‘출산‘이 아닌 또 다른 류의 애국에 대해 마음 열어 보는 것이 어떨까?




혹여나 딩크라는 결정이 당신을 불편하게 했다면


딩크라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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