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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딩크부부의 부부싸움

대화, 이해, 노력

by Jessmin

MBTI를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편은 한국에서 적은 비율을 차지하는 MBTI인

ENTP이다.

지드래곤, 이찬혁, 자이언티 등이 이 MBTI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나 자유롭고 창의적 성향의 사람인지 대략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ENTP는 논쟁을 즐긴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들은 말싸움에서 웬만해선 지지 않는다.


그 역시 토론하는 것을 즐기지만, 배우자와의 논쟁에서 구태여 이기려 하지 않는다.


그는 내게 말할 기회를 주고 적절한 동의를 준다. 그는 씩씩거리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동의하며 호응한다. 그리고 어떤 점에서 내가 필요이상으로 화를 내고 있는지 일러준다.


그는 부부싸움으로 인해 관계를 망치치 않는 법을 안다.




남편은 형보다 먼저 결혼했다.

그의 형이 결혼할 여자라고 부모님께 소개한 후 며칠 뒤 우리 부부는 아버님을 찾아뵙다.


“너희 형 와이프 될 사람은 화장도 안 하고 사람이 검소해 보이더라. 화장품 값도 안 들고, 너희 형은 앞으로 편하게 살겠어.”


이 말이 무척 화가 났다.

화장을 곱게 하고 간 둘째 며느리 앞에 두고 저 말을 하는 저의가 무엇일까?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남편에게 얘기했다.


“나보다 검소하기도 힘들어. 아버님은 그럼 둘째 아들은 불편하게 살고 있다는 거야?”


“맞아. 아버지가 쟈스민을 앞에 두고 보이는 걸로 비교하신 거야. 비교는 정말로 해선 안 되는 행동인데 아버지가 그 부분을 모르셔. 당신에 대해 그렇게 얘기한건 아버지는 당신의 진가를 몰라서 그래. 당신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보이는 걸로만 평가 한 소리에 상처 입고 화낼 필요 없어. 그래도 아버지가 그렇게 한 건 내가 미안해. 다음번에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아버지의 언행이 잘못됐다는 걸 느끼실 수 있도록 내가 얘기할게.”



틀린 말이 없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고 더 이상 화낼 필요가 없음이 타당했다. 심지어 그는 본인의 잘못이 아닌 점을 사과하기까지 했다. 난 화를 거두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요새도 한 번씩 떠오르면 화가 나지만 잘 다스리려 한다.)


분쟁 시 이기려 하지 않는 그 태도는 그가 나보다 더 나은 배우자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는 항상 먼저 사과한다.

그럼 나 역시 내 언행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때마다 조심해야 할 점과 고치면 좋을 것 같은 점이 보인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의 최대 장점은 ‘더 나은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친한 친구는 올해 11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무척 조심스럽고 현명한 성격을 가진 그녀는 연애 시작 후 빠른 결혼 결심을 했다.




“쟈스민, 내가 만난 이 남자가 너무 좋은 사람이야. 내가 만난 그 어떤 사람보다 성숙한 사람이야.”


“네가 그렇다면 정말 좋은 사람일 거야.”


“근데 문제는..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서인지 내가 더 나은 사람인척 하는 것 같아. 내가 더 좋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니까? “


“넌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이야. 그냥 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뿐이지. 결코 악한 사람이 좋은 사람인척 연기 하는 게 아니니까 걱정 마.”



이 친구는 결혼 전부터 ‘더 나은 나’를 경험하고 있다.

좋은 배우자를 통해 나의 좋은 점을 극대화하여 보여주려 한다. 난 이게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지혜를 지닌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다.

그런 그녀가 스스로의 행동을 다시 되짚어보고 의문을 제기하는 그 행위는 분명 그녀를 더욱 성장시킬 것이다.



유자녀 부부에 비해 비교적 깨지기 십상인 무자녀부부도 진실한 대화와 이해 앞에서 풀리지 못할 갈등은 없다. 사랑을 바탕으로 시작한 부부 사이에 먼저 손 내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건 나 스스로에게 하는 얘기이기도 하다.


우리 부부는 딩크라는 독자성을 가지기 이전에 평범한 부부이다.

그 어떤 결혼 전 커플도, 부부도 약간의 논쟁 혹은 부부싸움등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기회로 더 나은 관계, 심지어 더 나은 나를 만날 수 있음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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