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x) 요양원 (x)
오랜 시간 알고 지낸 50대 딩크부부가 있다.
그들은 결혼한 지 30년이 되어가는 무자녀 부부다.
강남 유명 병원을 운영하며 탄탄한 경제력이 뒷받침되어 있는 그들은 누가 봐도 모범이 될 만한 그릇마저 가졌다.
그들은 결혼 생활 내내 아이 관련 질문을 끊임없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흔들림 없이 얘기했다.
"아이 생각 없습니다. 둘이 재밌게 살려고요."
그들은 결혼 전부터 무자녀를 약속했고 결혼생활 내내 그 마음이 변한 적이 없다.
모든 무자녀 부부가 경제적 풍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경우엔 현재 경제력과 시간이 모두 풍족하여 대부분의 시간을 취미생활을 하며 보낸다.
그들의 취미생활은 참 흥미롭다.
마치 한 때 인기 있었던 다꾸 (다이어리 꾸미기)를 하 듯 주택을 구매하여 주꾸 (주택 꾸미기)를 한다.
이 취미는 한국에서 나아가 여러 해외 부동산으로 그 영역을 넓혔다.
해외 집을 매매하여 각 나라의 문화와 유행을 곁들여 꾸민다.
원할 때마다 집이 있는 포근한 나라에 취향 것 꾸며놓은 ‘내 집’에 방문한다.
골프를 치고 즐기며 요양하고 오는 그들 부부의 삶.
그들은 강남이란 지역에서 병원을 성공시키까지 치열한 삶을 살았다.
43살까지 쉬어본 날 단 하루가 없을 정도로 정진했고, 병원이 가장 큰 성공의 궤도에 도달 았을 때
이제는 삶을 온전히 즐기며 살기로 결심했다.
그들이 결혼하던 90년대 한국엔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를 정의할 만한 그렇다 할 말조차 없었다.
그런 두 부부는 어떻게 같은 의견을 갖고 무자녀라는 계획을 갖고 삶을 꾸려 나갔을까?
그들은 둘 다 부유함과는 거리가 먼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유한 삶을 갈망했고 본인들이 꿈꾸는 것을 이뤄가는데 브레이크 없는 삶을 살아가길 바랐다.
그날을 위해 그들의 어리고 젊은 시절은 다양한 포기와 치열함으로 가득 찼다.
그들은 은퇴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너무나 치열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여전히 쉬고 싶고 재밌는 일만 하고 싶다고 얘기한다.
근 몇 년 간 그들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저희는 요새 서울과 멀지 않은 경기도 외곽에 땅을 보러 다니고 있어요."
"새로운 집을 지으실 예정이신가요?"
"아니요, 저희는 무자녀 부부들이 모여 사는 마을을 만들까 해요."
" 타운하우스 형식의 '딩크하우스'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건 거창하게 들리네요. 저희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닌 아는 사람들 중 재산, 취미,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 또 평소 유대를 잘 이어온 주변 사람들만 입주를 허락할 예정이긴 해요."
" 아마 약 20년만 지나도 실버타운처럼 그런 곳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수도 있겠네요.
저도 나중에 입주할 수 있도록 착실히 살아야겠어요."
누군가는 자녀가 없는 삶이 짧은 여유와 긴 무료함의 세월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삶은 어떻게 꾸려나가느냐에 따라 다르다.
내 삶이 그럴 것이기에 네 삶도 그럴 것이라는 것은 큰 착각이다.
인생은 꿈이 없을 때 무료하다.
자녀를 키우는 동안은 내 아이가 잘 자라길 바라는 꿈,
사업을 한다면 내 사업이 나날이 번창하길 바라는 꿈,
그 이외에도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그 또한 인생의 꿈이다.
저 부부의 삶은 매번 새로운 도전과 꿈으로 가득 찼다.
그러기에 그들에게 '기나긴 무료함'은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
나 또한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있다.
그 꿈에 대해선 추후에 다루고 싶다.
배우자가 있음에도 외로운 것이 더 서러운 감정이라고 한다. 짝이 없는 사람들은 외로움조차 어느 정도 가져가야 하는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있음에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는 누군가를 더 괴롭게 할 수 있다.
자녀도 마찬가지다.
자녀 양육의 최종 목표는 자녀의 독립이며, 그들이 독립한 후 나의 삶은 어떻게 꾸려나가는지 나름이다.
꿈이 있는 삶이라면 결코 자녀유무가 무료함의 기준이 될 것이라 믿진 않는다.
그럼에도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무료함의 세월을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다.
그 또한 현재 선택에 대한 결과라면 가져가야 하는 것이라 믿는다.
그것을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것 또한 부부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