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직딩제스 Oct 16. 2016

‘썸’과 ‘사귀는 것’의 차이

공감(共感)과 구속

술자리에서 후배에게 요즘 만나는 사람 있냐고 하니 음.. 사귀는 건 아니고 썸 타는 사람은 있다고 했다.

"썸 타는 거랑 사귀는 거에 차이는 뭔데?"라고 내가 물었다.

"그건.. 서로에 대한 구속력이 생기느냐, 아니냐의 차이죠."

"구속력?"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령?" 내가 짧게 물었다.

"구속력은.. 예로 들면 이런 거죠. 이 사람이 어디 있는지, 누굴 만나는지 제가 알아야 하고, 또 주말에는 뭐하는지, 어떤 약속이 있는지 등 상대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는 거예요."

"음.. 그러네. 그렇게 치면 아직 사귀는 건 아니다?"

"네, 서로 구속하는 건 아니고 자유롭게 자기 생활하고 연락하고 싶을 때 하니까요."


썸과 사귀는 것의 차이가 구속력이라는 말에 그 자리에서 고개는 끄덕했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문득 서글퍼졌다. 사귀는 것이 구속이라니.. '결혼은 구속이다.'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왜 연애까지 구속이 돼야 할까..


서로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共感)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구속이 아니라 공감(共感)아 아닐까.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의 공유. 내가 지금 기분이 어떤지. 기쁜지, 슬픈지, 외로운지, 당신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그런 감정의 상태를 서로 공유하는 것 말이다.


누굴 만나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 어떤 기분인지 알고 싶고 궁금해하는 관심의 표현이다. 관심이 없고 애정이 없으면 그 사람이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든지 궁금하지 않다. 서로 떨어져 있어도 관심이 있기 때문에, 상대가 궁금하기 때문에 계속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상태를 확인하고 지금 어떤 기분인지 궁금해 한다. 그렇게 서로의 상태와 감정을 공유할 때 비록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공감이야 말로 연애의 기본이 아닐까.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존재를 가까이 두고 확인하고 느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마음이다. 그런데 좋아하는 마음이 없으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서로 간의 확인이 구속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사실적 관계만 확인하려 해도 구속처럼 느껴질 수 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했는지를 물어보는 것은 보고(報告)지 공감이 아니다. 


구속은 상대 마음을 조이게 하지만 공감은 상대 마음이 넓어지게 한다.


연애도, 결혼도 혼자 일 때 보다 둘 일 때가 더 좋아서 하는 게 아닌가. 서로를 구속하면서 좁아지는 게 아니라 둘이 함께 있을 때 더 넓어지기 위해 연애를 하고 그래서 혼자 일 때보다 둘 일 때 더 풍요롭게 느끼고 더 행복해지기 위해 연애를 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공감하지 않는다면 서로를 구속하면서까지 왜 연애를 한단 말인가.. 안 그래도 살기 팍팍한 세상에 마음이라도 풍요로워야 하지 않겠는가.


'사랑은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생각나는 밤이다.



사랑은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이다.


#썸과사귀는것 #공감과구속




    


매거진의 이전글 니가 뱉은 잘난 진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