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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제스 Apr 02. 2017

꿈에..

넌 어딨냐고..

나는 무언가에 쫓기듯 바삐 바닷가를 향해 가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터벅터벅 모래사장을 향해 걸었다. 


해변가에 도착하자 나는 너를 찾기 시작했다.

너와 만나기로 한 곳이 바로 이 곳이었다. 

두리번거리며 바다를 향해 걸었다. 

백사장 모래 안으로 발이 푹푹 빠졌다. 

걸음마다 모래가 흩날렸다. 

소리쳐서 너를 불렀다.


“어딨어? 어딨냐고?!”


너를 부르짖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너는 없었다. 

처음부터 너는 그곳에 없었다.

그건 나도 이미 알고 있었다. 

너와 헤어졌다는 사실을 나는 분명히 자각하고 있었다. 


이 바닷가는 옛날에 너와 함께 왔던 바닷가였다. 

너와 함께 왔던 유일한 바닷가. 너와의 추억이 묻어 있는 곳.

애초부터 헛된 발걸음이었다. 

네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굳이 이 곳에 왔다.

너는 없었고 기억만이 존재했다.

헛된 걸음, 공허한 부르짖음이었다.


너는 지금 어디 있을까..

나는 모래사장에 무릎 꿇고 주저앉았다. 아니 쓰러졌다. 

네가 없는 걸 알면서도 계속 소리쳐 널 불렀다. 

울부짖었다. 

‘어딨냐고.. 어디냐고…’

널 부르다 지쳐 꼬꾸라지듯 모래에 얼굴을 파묻었다. 

눈물이 모래를 적시고 얼굴이 모래와 눈물로 뒤범벅이 됐다.


얼마나 울었을까. 울마나 울부짖었을까..

눈을 떴다.

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내방이었다.

꿈이었다. 


아, 꿈이라니..


이렇게 감정이 생생한데 꿈이라니. 

꿈이라서 다행인 걸까.. 그런데 왜 이렇게 슬프지.. 

꿈이지만 감정은 그대로였다. 

눈을 만져 보았다. 

눈가가 촉촉했다.


이건 말이 안 된다.

나는 분명 너를 잊었다.. 잊었다고 생각했다.

최근 들어 단 한 번도 널 생각한 적이 없다. 

술을 마셔도 네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꿈에서 나는 하염없이 너를 찾아 목 놓아 널 부르고 있었다.

고개를 저었다. 

이건 말이 안 된다.


뭘까.. 나는

뭘까.. 이 꿈은..


무의식은 너를 잊지 못한 걸까..


뭘까.. 이 눈물은..

뭘까.. 이 아픈 가슴은..


나는 아직도 너를 못 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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