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님들께
바야흐로 취업 공채 시즌입니다.
한 직장인 선배로서 자소서 쓰고 면접을 준비하는데 조금이나 도움이 되시라고 몇 자 적어 봅니다.
저는 취업을 연애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입사하고자 하는 기업은 여러분이 만나고 싶어 하는 이성친구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비교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취업하는 과정과 소개팅을 해서 이성친구를 만나는 과정이 매우 흡사합니다. 그리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여러분의 생활이 많이 바뀌는 것처럼, 어떤 회사에 입사를 하느냐에 따라서 여러분의 생활이 완전히 바뀔 수 있습니다. 오히려 취업의 경우가 이성친구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죠. 더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며 그 안에 어떤 사람과 같이 일하느냐에 따라 하루가, 한 달이, 몇 년이 좌지우지됩니다. 이는 삶에서 정말이지 매우 큰 변화입니다.
이성친구를 고르는 데는 매우 까다로운 반면 회사를 고르는 데는 매우 관대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성친구를 고르는 데는 매우 까다로운 반면 회사를 고르는 데는 매우 관대합니다. 간혹 '입사만 시켜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 말은 '어떤 여자든, 남자든 나랑 사귀어만 줘'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성친구는 일주일에 3~4번 보지만 회사는 일주일에 5번 (그 이상도) 9시부터 6시(물론 그 이상도) 하루 종일 있어야 하는 공간이기에 이성 친구와 보내는 시간보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깁니다. 물리적으로든 시간적으로 든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곳이 회사고 회사 사람들입니다. 이러할진대, 정말 취직만 시켜준다고 하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말은 어쩌면 입사 전에만 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자 1호와 인사 담당자
이성을 이어주는 '짝'이라는 프로그램과 취업을 한번 비교해 봅시다.
인사담당자는 많은 남자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여자 1호라고 가정해 보자구요.
여자 1호(인사담당자)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많은 남자 대학생들로부터 끊임없는 대시가 옵니다. 카톡이고 문자가 오고 한 번만 만나 달라고 애원합니다. 자신은 성격도 좋고, 이런저런 것들로 즐겁게 해 줄 수 있고, 좋은 남자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 1호 인사담당자는 자기가 평소에 생각하는 최소의 조건을 가진 남자를 추슬러야 합니다. 나이는 몇 살인지, 학교는 어딘지, 전공은 무엇인지, 집은 가까운지, 취미는 비슷한지, 사진을 통해 외모도 보고 등등 보고 한 번 만나볼까, 라는 생각이 드는 남자를 몇몇 고릅니다.
그러고 나서 소개팅을 하겠죠. 옷차림의 성의 있게 입고 왔는지, 나를 바라보는 눈빛만 봐도 관심이 열정이 얼마큼 있는지 느낌이 옵니다.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주는지, 대답은 잘해주는지, 내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들(업무)을 이 남자가 잘할 수 있을지, 또 내 성격(기업문화)을 잘 받아 줄 수 있을지, 힘들 때(야근하고 업무가 많을 때) 나를 버리지는 않을지 (퇴사하지는 않을지), 다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몇몇 남학생들을 만나보면 다 자신이 좋다고 합니다. 최선을 다해 좋은 남자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절대 헤어질 일이 없다고 합니다. / 면접을 하면 모두 회사에 입사하고 싶어 합니다. 최선을 다하는 신입사원이 될 거라고, 절대 퇴사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소개팅 한 네 명의 남자들은 조건도 비슷하고, 열정도 비슷해 보입니다.
이때 여자 1호는 (인사 담당자)는 정말 자신과 사귈 (함께 일할) 한 명의 남자 친구를 (신입사원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최종적으로 누굴 택할까요. 비슷하다면 그중에서도 조금 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열정을 보이고), 편안하고 즐겁게 대화를 하고 (묻는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고), 여자 1호에 더 대해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 사람(회사에 대해 더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 지원자)을 택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긴 비유를 통해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상/남성상(회사)을 먼저 찾으세요.
여자 1호가 이성친구를 만나본 경험이 아예 없지 않은 이상 남자를 만나 보고 이야기해보면 이 사람이 날 그냥 찔러보는 건지, 진짜로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건지 바로 압니다. 인사 담당자가 맨날 하는 업무가 자기소개서 보고 사람 고르는 일입니다. 이 지원자가 그냥 찔러본 건지, 다른 회사 꺼를 복사 붙여 넣기 한 건지, 진심으로 우리 회사에 관심이 있는지 몇 자만 봐도 압니다.
그러니 누구는 자기소개서를 40장 썼더라, 100장 넘게 썼더라 그러면 나는 도대체 몇 장을 더 써야 할까 고민합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러 군데 여러 장 쓰시기보다 몇 군데라도 관심 갖는 회사와 직종을 선택해서 꾸준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자 1호 페북에 들어가 보고 친구한테 관심분야는 뭔지, 좋아하는 것은 뭔지, 성격은 어떤지 물어보고 알아보세요. 다시 말해 관심 있는 회사 홈페이지에 이 회사의 비전, 사업현황, 인재상, 채용정보 등 꾸준히 보세요. 그러면 오히려 자신이 상대방에 대해 (이 기업, 이 직무에 대해) 정말 나한테 맞는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아~ 얘는 정말 저건 아닌 거 같은데." 그러면 그 사람은 (그 회사는) 정말 아닙니다. 자신이 좋아할 것 같지 않으면 굳이 시간을 더 투자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이 좋아질 것 같은 기업을, 자신이 좋아하는 직무에 더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세요.
둘째,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인연이 아닐 수 있습니다.
여자 1호를 알아가다 보니 정말 좋은 겁니다. 외모도 이쁘고, 집에 돈도 좀 있을 것 같고, 나랑 정말 잘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 일이 어디 내 맘 같이 됩니까. 내가 아무리 좋아해도 상대방이 싫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죠) 그런데 그때 '내가 못 생겼나? 말실수를 했나? 연락을 너무 자주 했나? 스펙이 부족한가?' 그렇게 자책할 필요 없습니다. 상대방이 찾는 모습이 내가 아닌 것이겠죠. 스펙과 무관하게 그 직무와 본인과 맞지 않을 수 있는 겁니다. 그건 그 사람의 자질보다는 서로 얼마나 맞느냐 안 맞느냐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이 맞습니다.
아무리 내가 사모하고 잘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라도 서로 맞지 않으면, 인연이 아닌 겁니다. 새로운 사람 만나면 됩니다. 똑같은 말로 그 회사가 아무리 좋아도 나와 인연이 아닐 수 있습니다. 자책하지 마시고 다른 회사 찾으시면 됩니다.
셋째, 인연이 되었다고 해도 헤어집니다.
처음에 사귀면 다 좋죠. 그런데 만나다 보면 본래 성격이 나오고, 알지 못했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됩니다.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했는데 기본 매너도 없고, 너무 오래 나를 붙잡고 있고, 평일도 주말도 없이 매일 보고, 개인 자유 시간을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내 삶이 너무 피곤해집니다. 정신적으로 힘들어지죠. 물론 아무리 단점이 많아도 장점이 그것을 상쇄시킬 만큼 좋다면 감내하고 만나면 됩니다. 그런데 아무리 잘 생기고, 예쁘다고 해도, 남들이 부러워해도 내 삶이 힘겨워지면 그만 만나야 합니다. 헤어져야죠.
회사가 절대 쉽지 않습니다. 그 고생해서 들어왔는데 더 고생할 수 있습니다. 회사 직무 자체가 안 맞을 수도 있고 회사 사람들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 때문에 삶이 힘들고 심지어 병이 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러면 회사랑도 이별해야 합니다. 내 삶을 힘들게 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은 비번한 일입니다. 내 삶을 견딜 수 없이 힘들게 하는 회사와도 헤어질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나오면 다른 회사, 나에게 더 맞고 더 재미있는 회사에 가면 됩니다. 나를 덜 힘들게 하고 얼굴을 덜 생겼더라도 나를 더 기쁘게 해주는 여자, 남자 친구 만나면 됩니다. 이별했다고 해서 연애가, 퇴사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요즘 같은 시대에는 결혼해도 서로 맞지 않고 힘들게 하면 이혼합니다. 회사도 퇴사하고 재취업하면 됩니다. 이혼과 재혼처럼 도덕적 부담감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회사 능력 껏 얼마든지 얼마든지 가도 됩니다. 법적 문제도 없습니다. 누구도 당신을 탓하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할 때는 자신에게 더 맞는 업무와 회사를 찾아서 가면 더 좋겠지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만나고, 자기가 좋아하는 회사에 가면 됩니다
공채 나오는 대로 다 넣는 친구들이 참 많습니다. 뭐라고 말리고 싶은데, 제 말이 통할 리가 없죠. 자신이 믿고 있는 대로 준거집단의 영향대로 행동합니다.
"선배님, 어느 회사에 지원해야 될까요? 어떤 여자 친구를 만나야 될까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만나고, 자기가 좋아하는 회사에 가면 됩니다. 모르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보고 기회가 되면 만나보고 비슷한 일이라도 경험해 보는 게 좋습니다. 우리는 사귀기에만 (입사하기에만) 급급했지, 정작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취업했다 안 했다. 이성친구가 있다 없다만 중요하지, 서로 어떤 점이 통하는지, 어떤 부분이 좋은지, 어떤 일을 할 때 나를 즐겁게 해 주는지에 대해서는 간과되는 것 같습니다.
아시겠지만 이성을 사귀면 그때부터가 바로 시작입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사를 해서 업무를 시작해봐야 그게 '회사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일이라는 게 힘듭니다. 힘든 만큼 돈을 주는 겁니다. 그렇게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취업하면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을 겁니다. 제 경험상 오히려 할 수 있는 것보다 일을 하다 보니 할 수 없게 되는 게 더 많아집니다. 물론, 직장인은 돈을 버니까 학생 때 하지 못했던 것은 더 할 수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학생 때 누렸던 시간적 여유와 소소한 일상을 모두 반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됩니다. 잃지 않고 얻을 수만은 없다는 말입니다. 돈을 버는 대신에 기존에 누리고 있던 것들을 잃게 됩니다. 돈은 생기지만 시간도, 함께 할 사람도 없는 게 직장인의 삶입니다.
현실이 이러하니, 일이라도 재밌어야 일할 맛이 납닏. 좋은 사람과 일해야 회사 생활이 덜 힘들고 인생이 덜 우울해집니다. 취업을 준비 중인 후배님들에게 이렇게 굉장히 시니컬하게 이야기해서 죄송하지만, 제 주변에 회사원들이 수 백 명인데 일이 재밌어서 즐거워서 일하는 사람은 정말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대부분은 버틸만하니까 다니거나, 아니면 이게 아니면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으니, 갈 곳이 없어서 참으면서 다니는 직장인이 매우 많습니다. 물론 일하면서 즐거운 요소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일은 대부분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비록 회사가 힘들다고 할지라도 내가 즐거워서 일하고 흥미를 느끼는 직무/분야/회사여야 버틸만 합니다. 그래야 버틸 수 있는 이유가 생기는 겁니다.
대학 생활 행복하십니까?
질문 하나 드려 보겠습니다. "어려 분 대학 생활 행복하십니까?"
대학생 여러분들은 지금 수능을 앞두고 있는 전국 고3들이, 수험생들이 세상에서 그 어떤 존재보다 부러워하는 존재입니다. 고3 눈에는 대학생이 가장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 막상 대학 다녀보니까 어디 매일 즐겁고 행복하십니까? 그러면 좋겠지만 대학생활도 만만치 않죠. 과제에다, 중간 고사 기말 고사에다, 각 종 팀플ㅡ 힘들게 하는 선배 후배.. 등록금은 그렇다고 쌉니까? 대학생활도 만만치 않게 힘듭니다. 그래도 친구들이 있고 전공 공부가 조금이라도 재밌어야 버티고 또 캠퍼스 다닐 맛이 납니다.
단언컨대, 회사는 그 어떤 대학보다 힘든 곳입니다. 그러니 회사를 고르는 데 있어 자신이 좋아하는 요소와 좋아하는 분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야 힘들어도 의미 있는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취업도 자신의 사랑을 찾는 것처럼
여자/남자 친구를 사귀어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도, 닥쳐 올 어려움을 같이 풀어가는 것도, 또 그 속에서 행복해하는 사람도 바로 자신 본인입니다. 회사를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인생이고 자신이 설계해야 합니다. 주변 인식은 말 그대로 '주변의 인식'일뿐입니다.
취업에 있어서도 자신의 사랑을 찾는 것처럼 스스로 물어보고 또 그려보고 준비해 나가 보세요.
마지막으로 Steve Jobs가 일에 대해서 한 말을 하나 소개합니다.
" You`ve got to find what you love. And that is as true for your work as it is for your lovers."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연인에게 진실된 만큼 당신의 일에도 진실되어야 합니다."
- Steve Jobs speech at Stanford University Comencement
이 말은 회사에 대해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사랑에게만큼이나 일에도 진실되어야 합니다.
취업을 준비하는데 있어 주변 인식보다 자신 중심으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길 바라봅니다.
- 직딩 상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