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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직딩단상 | 대한민국

by 직딩제스

낡은 그릇 속에서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방적으로 하달하면서 소통을 하자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제조업 기반에 관리 중심의 기업 방식으로 스타트업의 창의성을 주창하는 것도 억지다.


윗물이 탁하면서 아랫물에게만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요하는 것도 참 우습고

국가 고위공직자가 기업에 청탁을 받으면서 회사에 윤리경영을 바라는 것도 앞뒤가 안 맞다.


국가 기관이 전혀 민주적이지 않는데 대학의 민주화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고

군대 방식을 학습해 와서 후배들 위에 군림하는 대학생에게 '한 사회의 지성인'의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그런 대학생들이 졸업하고 나와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시민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지 모른다.


중고등학교 선생이 영어로 말을 못 하는데 학생들에게 스피킹을 요구하는 것도 참 doesn’t make sense 하다.

나 하나 먹고살기 힘든데, 자살률 1위에, 실업률도 최고치인데 출산을 장려하는 것도 모양새가 우습고

거실에서 TV 보면서 아이들에게 책 읽고 공부하라는 것도 욕심이고

자신은 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면서 애들 보고 폰 가지고 놀지 말라는 것은 더 욕심이다.


남들보다 노력하지 않고 남 보다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다른 사회 시민들보다 노력하지 않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운동하지 않고 건강하기를 바라는 거나, 물에 들어가지 않고 수영을 잘 하고 싶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다.


#모순 #대한민국 by 직딩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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