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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석천 Nov 20. 2015

암스테르담 여행자라면 꼭 해봐야 할 것 3가지

'진짜' 네덜란드를 저렴하게 즐기는 방법

네덜란드가 각광받는 관광지는 아니란 걸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다녀와보니 그 사실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르겠다. 모든 대륙을 가본 건 아니지만 꽤 많은 나라를 돌아다녀봤는데 -유명 여행지도 물론 다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암스테르담에서의 여행은 손에 꼽을만큼 기억에 남는다. 


유럽 순회 배낭 여행을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반고흐 미술관만 보고, 그야말로 암스테르담은 하루 정도 '찍고' 가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물론... 화려한 파리와 로마를 보고 나면 그와는 정반대로 차갑게 정돈된 이 도시가 덜 매력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이해한다.

하지만, 오히려 반고흐 미술관만! 보고 가니까 이 도시가 안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아닐까.

 

그래서, 암스테르담을 '찍고' 가는 게 아니라 정말 제대로 즐겨보고 싶 사람들, 멀찍이서 벽에 걸린 그림을 보는 것보다 직접 만지고 숨쉬고 느낄줄 아는 여행자들을  한 여행 방법 세가지를 꼽아봤다.




1. 공짜 페리 타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바닷가 산책


암스테르담이 바다 위에 건설된 도시라는건 다들 알지만 그 증거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거대한 댐으로 바다를 막아서 만든 큰 바다호수의 물이 흐르는 '바다강'이 암스테르담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다. 좁디좁은 운하가 아니라, 오래된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골목이 아니라, 깊고 푸른 바닷가를 거닐어 보자.


암스테르담 중앙역 뒷편으로 가면 이 '바다강'을 건널 수 있는 페리 선착장이 있다. 암스테르담 공영 교통국인 GVB에서 운영하는 이 페리는 공짜다. 그냥 아무나, 무조건 무료다. 바다를 정복한 네덜란드의 패기일까.

IJ, Amsterdam, Netherlands ⓒ제석천

자전거 부대와 함께 페리를 타고 탁 트인 바다와 시원한 바람을 즐기는, 짧은 보트 투어 그 자체로도 즐겁지만- 페리에서 내리면 펼쳐져 있는, 도심과는 전혀 다른 그 해안가 풍경을 즐기는 것도 정말 색다른 기분이다.


중앙역 발 페리 노선 중 가장 긴 NDSM-werfveer 노선을 타고 바다강 건너편에서 내리면 선착장에 정박된 작은 요트들, 반쯤 가라앉은 잠수함, 보트호텔 등 '바다강국' 네덜란드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넓고 탁트인 해안가를 거닐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고 오는 것만으로도 충만한 여정이 될 수 있다.

NDSM-werf, Amsterdam, Netherlands ⓒ제석천



2. 치즈 테이스팅 룸에서 치즈와 와인 원없이 먹기

 

'치즈의 나라' 네덜란드에 왔으면 치즈 하나만큼은 제대로 알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그래야 한국 와서 와인 먹을 때 아는척도 좀 하고 그럴 수 있다. 나처럼.)

 

수백년동안 전통방식으로 치즈를 만들어 온 레이펜에서 치즈 테이스팅 룸 Reypenaer Cheese Tasting Rooms을 운영하고 있다. 60분짜리 치즈 감정가 Cheese tasting Connaisseur 클래스를 등록하면 치즈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 6가지 치즈 맛 구분법, 각각 어울리는 주류에 대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사실, 이 수업의 가장 큰 매력은 "각종 치즈와 주류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Cheese Tasting Room, Amsterdam, Netherlands ⓒ제석천

수업료가 있긴 하지만, 내가 먹어치울 치즈와 와인 양에 비하면 턱없이 저렴한 가격이다.


레이펜너는 네덜란드에서도 몇 안 남은 전통방식으로 치즈를 만드는 회사인데, 클래스를 들으러 가는 김에 선물용 치즈를 사 오는 것도 좋다. 관광용 치즈샵에서 파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고품질 치즈들을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다.

클래스는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로 진행되는데, 절대 어려운 수준은 아니니 걱정 안해도 된다.



3. 해가 쨍 하면, 무조건 달려가라! 슈퍼마켓, 그리고...!!

 

네덜란드 여행 중에 날씨가 화창하다면, 해가 쨍쨍 눈이 부실 정도라면, 일단 당장의 실내 일정은 모두 취소해야 한다. 1년 중 하루종일 맑은 날이 20일밖에 안 된다는 네덜란드.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를 '맑은 네덜란드'를 즐겨야만 한다.

 

해가 쨍쨍 나는 맑은 날 해야할 일은 딱 두가지- 태양을 즐기는 것, 그리고 '태양을 즐기는 네덜란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 이다. 추천하는 방법도 두가지다.

 

일단 첫번째 방법. 

가장 가까운 운나 광장로 간다. 그 근처엔 길가까지 테이블을 내놓은 카페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귀한 햇빛을 그대로 받을 수 있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커피 한잔 주문해놓고, 운하에서 보트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들, 광장을 빽빽히 채우고 앉아 광합성을 하는 암스테르담 사람들을 구경한다.

Hard Rock Cafe, Amsterdam, Netherlands ⓒ제석천


두번째 방법. 

근처에서 알버트하인 Albert Heijn 슈퍼마켓 을 찾는다. Albert Heijn To Go 매장도 괜찮다. 알버트하인 슈퍼마켓의 식료품 코너에서 신선한 과일주스와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나 빵과 치즈를 산다. 식당에서 먹는것보다 훨씬 저렴하니 먹고싶은 만큼 듬뿍.

Albert Heijn, Amsterdam, Netherlands ⓒ제석천

양손 가득 먹을거리를 들고 제일 가까운 공원이나 운하가의 잔디밭을 찾아간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을테지만, 잔디밭 틈새에 비집고 앉은 뒤, 알버트하인의 고퀄리티 음식들을 즐기며 마치 나도 암스테르담 시민인 양- 따사로운 햇살을 즐겨보자. 

Amsterdam, Netherlands ⓒ제석천

저기 섞여 앉아있으면, 머리색깔이 까맣건 노랗건, 키가 작건 크건, 귀한 햇빛을 즐길 줄 아는 네덜란드 사람이 될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뭐 하고 왔어? 라고 물으면- 딱 한마디로 대답할 수 없는건 사실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별볼일 없는 곳'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내가 딱 꼬집어 대답할 수 없는 이유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것들' 때문인 것 같다. 한 눈에 반할만한 미남미녀는 아니지만 웬지 자꾸 떠오르는 매력남.매력녀 같달까.


더군다나 6월에도 쌀쌀한 냉대성 기후이니 여름 휴가지로 안성마춤이다. 여름 휴가지로 각광 받는 동남아에 비해 유럽 물가가 친절한 편은 아니지만, 위의 3가지 방법처럼 여행자에겐 어디서든 살아남을 방법이 있기 마련 아니겠는가.


이번 여름 휴가 시즌에는 네덜란드에서도 한국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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