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하고싶었던 여행, 그리고...
태국으로 배낭 여행을 떠날 때-
난 회사를 말 그대로 '때려쳤다'. 그저,
하고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
이미 회사에서 꽤나 실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 하고 있었던지라, 그 동안의 고생이 아깝다는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진입장벽이 하늘높은줄 모른다는 그 일을 내가 정말 할 수 있게 될지,확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 두려움을 여행으로 잊으려고 도망치듯 떠났다.
다행히, 늘 그렇듯,
여행은 많은걸 잊게 해주었고-
더 많은걸 깨닫게 해주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얼마 뒤-
그야말로 꿈만 같이 난,
하고싶은 일을 하게 되었다.
그 뒤 5년 동안,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하고싶은거 해서 좋겠다~"였다.
2년 동안, 난 이렇게 대답했다.
"너무 좋죠~"
그리고 3년째....
나는 그 말이 듣기 싫어졌다.
터키로 쫓기듯 배낭여행을 떠나야 했을 때,
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월급이 없었다.
TV에서 나오던 '열정페이' 얘기를 들으면 코웃음부터 나왔다.
터키에서 돌아왔지만,
난 여전히 그 일이 하고싶었다.
그 일을 하고싶은 내가 미웠다.
2년을 더 버텼다.
사람들이 "하고싶은거 해서 좋겠어요~"
라고 말하면 난 그냥 씩 웃었지만,
속으론 이렇게 말했다.
'안 해봤으니 저런 말이 나오겠지...'
하고있는데도 하고싶었던- 사랑해 마지않았던 그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제주도로 떠났다. 어디로라도 떠나면 혹 그 결심을 잊을 수 있을까 싶어서, 제주에 눌러앉은 친구의 집에 얹혀 며칠을 보냈다.
제주에서 돌아왔지만,
난 여전히 결심을 바꾸지 못했다.
그 결심을 바꾸지 못한 내가 미웠다.
결국, 난 졌다.
5년만에. 난 하고싶은 일에 졌다.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도 괴롭다는 게 제일 괴로웠다.
하고싶은 건 취미로 하는게 맞다고, 일은 일로 하는게 맞다고 몇번을 되뇌었다.
다시 '일'뿐인 일을 하게 된 지금도 뭐가 맞는건지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게 맞는지,
일은 일이고, 하고싶은건 재미로 하는게 맞는지.
그렇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나는 지금도 행복하다.
하고싶은 일을 했기 때문에.
하고싶은 일 앞에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난 주저없이 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