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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석천 Mar 27. 2018

복권보다 더 큰 행운이 올 때


절벽 밑으로 추락한 앞 차를 보았을 때,

사오미터쯤 아래로 꺼진 도로를 돌아갈 때,

배가 솟구칠만큼 큰 파도를 뚫고 그 섬에 내렸을 때,

여행자금을 사기당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태풍이 휩쓸어 폐허가 된 마을을  지나칠 때,


그 위험과 나 사이에 있어준

한발짝, 한시간, 하루의 간격에

그 행운에

등골 오싹한 고마움을 느낍니다.



오년 후, 십년 후에도

이 이야기들과, 그리고 술 한잔을 함께 나눌

당신들을 만났을 때에도.


복권당첨보다 더 희박할 이 행운들에

고맙고도 또 고맙습니다.


일상에도 늘 함께 했을 이 행운들을

새삼 깨닫게 해준

나의 고되었으나 행복한 여정들에게도.


고맙습니다.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2018. 3.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신지, 무엇인지,

혹은 아무것도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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