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밑으로 추락한 앞 차를 보았을 때,
사오미터쯤 아래로 꺼진 도로를 돌아갈 때,
배가 솟구칠만큼 큰 파도를 뚫고 그 섬에 내렸을 때,
여행자금을 사기당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태풍이 휩쓸어 폐허가 된 마을을 지나칠 때,
그 위험과 나 사이에 있어준
한발짝, 한시간, 하루의 간격에
그 행운에
등골 오싹한 고마움을 느낍니다.
또
오년 후, 십년 후에도
이 이야기들과, 그리고 술 한잔을 함께 나눌
당신들을 만났을 때에도.
복권당첨보다 더 희박할 이 행운들에
고맙고도 또 고맙습니다.
일상에도 늘 함께 했을 이 행운들을
새삼 깨닫게 해준
나의 고되었으나 행복한 여정들에게도.
고맙습니다.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2018. 3.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신지, 무엇인지,
혹은 아무것도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