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살롱] 모두 잘 지내고 있나요?

by 제인


단비살롱 식구들에게,

다들 잘 살고 있지요? 홍성에 모여 논두렁을 걷던 게 생생한데, 벌써 우리에게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다들, 잘 지내고 있지요?

SNS가 이렇게나 활발한데, 10년의 소식을 전하는 게 참으로 어색하네요. 각자의 안부를 물어보고 싶지만 다들 인스타그램에 남길 수 없는 소식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다들의 소식이 궁금한 만큼 저도 저의 안부를 전해볼게요.

저는 어찌 보면 참 평범하게 세월을 지나가고 있어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지금은 6살이 된 남자아이 ‘서율’이랑, 친정엄마랑 살고 있어요. 평일엔 보통 야근을 하고, 주말엔 용산가족공원의 텃밭에 가거나 집에서 뒹굴며 닌텐도를 해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운 좋게 용산가족공원 텃밭에 당첨되어 정말 오랜만에 흙을 만지고 있어요. 입사한 뒤로 오랫동안 하지 못했었는데, 드디어 저에게도 마음의 여유라는 것이 생겼네요. 주말에 공원에서 호젓하게 두 평 텃밭을 가꾸는 일상. 조용하고 평화로운 용산가족공원 한편에 텃밭이 있어서 부담 없이 주말마다 와서 놀고는 해요. 이제는 아이의 오줌을 모아서 액비로 주고 있어요. 푸하하. 아이가 오줌 버리지 말고 잘 모아서 텃밭에 주라고 할 때마다 얼마나 웃기는지, 내가 낳은 아이다워서 저 스스로 뿌듯하면서도 너무 웃겨요.


단비살롱 처음 시작할 때는 회사에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었는데 여전히 그 회사를 잘도 다니고 있습니다. 이제 10년 차가 되었어요. 식품회사 직원답게 10년 동안 냉동만두, 소시지, 온갖 가공식품으로 10년을 알차게 살찌우고 있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엄마가 밥을 해주거나 밖에서 먹어서 밥을 안 했고, 결혼하고 초반에 열~심히 온갖 세계 요리의 세계에 빠져 요리를 열심히 하다가 아이가 태어나면서 요리는 또 뚝, 끊겼네요. 아기가 어릴 땐 육아에 지쳐 냉동 도시락을 사서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었어요. 냉동도시락이 있는 거, 아세요? 한 끼에 3천 원. 고기반찬에 야채 볶음밥에 후식으로 먹으라고 파인애플까지 있어요. 하루 종일 육아하고 하루에 딱 한 끼, 냉동 도시락으로 먹었어요. 엄마랑 집을 합치고, 엄마가 해주는 밥과 국에 반찬가게를 바꿔가며 밥상을 차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정말 오랜만에 된장국을 끓이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다시마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이사온지 2년 만이었는데 그동안 단 한 번도 제가 국을 끓여본 적이 없더라고요, 정말 단 한 번도요.

주말에 아이한테 제가 해주는 밥은 대부분 회사에서 만든 가공식품을 데워주는 일입니다. 주말 요리는 김밥이랑 파스타가 끝이에요. 아직 어린이 입맛에 온 가족의 식사를 맞추는 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아이가 먹는 것 위주로만 음식을 해서 먹고 있습니다. 집에 있는 나물과 반찬에 단무지만 넣으면 되는 초간편 김밥, 양파/버터로 맛을 내고 거기에 냉동새우, 소시지, 가끔은 전복을 올리는 오일 파스타, 볶음밥, 가끔 우동과 컵라면을 먹습니다. 거의 정해진 메뉴를 주말마다 먹습니다. 단조롭지만 이 안에서 조금씩 변주를 주면서. 평일은 밥을 못해주지만 주말에라도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 음식을 같이 먹습니다. 가끔 외식으로 파스타를 먹기도 하는데, 엄마가 해주는 파스타가 제일 맛있다고 말해주는 아이의 말이 있어서 그나마 이거라도 하게 되네요.




오랜만에 단비살롱에 들어가서 2013-14년의 글과 사진을 봤어요. 많이 잊고 있었던 그때의 기억들을 열어보니 오늘은 진짜로 요리가 하고 싶네요.

우리, 만나서 만두 빚을래요?

여름에는 애호박이랑 부추가 잔뜩 들어간 여름 만두를 빚어서 먹었어요. 날이 더우니까 물만두로 해 먹어요. 애호박을 잔뜩 채 썰고, 간 고기에 양파랑 부추랑 송송 썰어서 넣고 손가락을 크게 벌려서 버무려요. 한쪽에서는 밀가루에 물을 넣고 반죽을 해요. 알탕만큼 똑똑 떼어주면 밀대로 동그랗게 밀어요. 서로 붙으면 안 되니까 밀가루도 살살 뿌리면서 만두피를 쌓아요. 속이랑 반죽이 어느 정도 되면 만두를 빚습니다. 반달 모양으로 접어도 좋고, 우주선 닮은 왕만두 모양으로 접고, 창의력을 발휘해봅니다. 몇 개씩 먹을지 고민합니다. 음.. 5개는 너무 적을 테니까 7개..? 모자라면 어떡하지? 하하 호호 수다를 떨고 물이 끓으면 만두를 넣어줍니다. 휘휘 저으면 한 번도 냉동실에 들어간 적 없던 만두는 금세 익습니다. 체로 건져 찬물에 퐁당. 넓적한 접시에 우르르 담아 만두 빚던걸 멈추고 둘러앉아 만두를 먹어요. 호박이랑 부추 향이 입안에 쫘악 퍼집니다. 여름의 맛. 그러니까, 우리 만두 같이 빚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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