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살롱] 촉촉히 단비가 내리는 계절을 우리는 지났다

by 제인



단비살롱이라는 이름은 내가 좋아하는 '단비'라는 이름과 커뮤니티 그룹의 '살롱'을 합친 단어였다.

아주 어릴 때 부터, '단비'라는 이름을 좋아했다. 아따맘마에 나오는 첫째 영웅이와, 둘째 단비의 캐릭터에서 따온 이름이었는데 둘째 단비의 영특한 당돌함이 아주 어린 나에게도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 다음에 다음에 아기를 낳는다면 분명 이름을 '단비'로 짓겠어! 라고 말하던, 막연한 꿈에 젖어있는 나는 그랬었다.


대학교에 가고, 마음이 맞는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텃밭, 농사, 생명, 자연, 먹거리 - 라는 키워드로 만난 우리는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어떻게 하여 '단비살롱'이라는 이름으로 홍동 갓골에서 만나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의 우리는 참으로 빛났다.

그 순간에 우리는 알았을까? 우리가 빛나는 시절을 지나고 있었다는 것을.



돌이켜보면 빛나는 시절의 우리는,

꿈꾸는 삶에 대해 이야기 했었고, 그러한 삶에 닿도록 사는 방법에 대해 꿈꾸고 이야기 했었다.

우리는 생태와 먹거리, 환경과 재생, 사는 방식과 인생을 마주하는 방식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 했었다.


먹고자 하는 것이 우리가 살고자 하는 삶의 방향성이라는 것에 무척이나 깊게 공감했고,

땅에서 우리의 힘과 자연의 힘으로 키워내는 생명에 대해 깊은 존경과 노력을 기울이던 때였다.

우리는 모두 20대의 초반이었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부르는 이름이 있기를 바라던 때였다.



10년이 지나서, 기획력이 좋은 친구들이 우리의 소식을 모았다.

10명이서 10가지 주제로 홍동에서 '텐텐텐'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했고,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주제를 고민하는 '단비살롱'이라는 프로젝트를 했다.

더 앞서, 그리고 그 이후에 '씨앗들'이라는 대학교 텃밭 그룹을 만들었고,

그러한 고민들로 학교에 '스푼걸즈'라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관심사가 있었고, 그러한 방향으로 인생의 좌표를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동아리를 만들고 프로젝트 그룹을 했다.

엉뚱하지만 텃밭에 주겠다고 각자의 집에서 모은 천연 비료인 오줌으로 생태 전시에 참여하기도 했고,

전교생이 참석하는 채플 뒤에 가드닝 클래스를 만들어 작은 생태 화분을 만들기도 했다.


우리는 좋아서 놀았고, 일했고, 기획하고, 즐겼다.

더없이 분주했고 많은 이야기를 했고 반짝거렸다.

그 순간에 우리가 반짝이는지 몰랐다. 돌이켜보니 우리는 보석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10년이 지나서 3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우리는

스스로 얻은 것인지, 세월을 통해 얻은 것인지 모를 여유를 갖고 있는 듯 보인다.

사실 온전한 여유는 아니지만 각자의 10년의 세월을 통과하면서 터득한 마음의 여유가 보여서

너무 속상하지 않게 각자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너무 오랜만의 소식이라 아픔과 고통은 터놓지 못할 수도 있겠지.

지나간 시간동의 아픔도 토닥이고 싶은 2022년의 여름 밤. 우리는 다시 만나 예전처럼 이야기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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