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신입사원들에게
회사에 다닌지 10년차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신입사원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요즘들어 신입사원이 예전엔 안이랬는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저기에서도 Z세대는 나랑은 안맞아! 라는 곡소리가 들려옵니다. 1995년생~2012년생, 그러니까 22년 기준으로 11살~28살인 친구들입니다. 이제 막 신입사원이 된 친구들이 Z세대의 시작인 셈이네요. 스마트폰이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친구들. Z세대 특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사실 10년차가 되어버린 저같은 고참(!)과 신입사원의 말못할 벽은 참으로 높기만 합니다.
후배를 코칭하면서 느낀 것 중에서 신입사원이 꼭 알았으면 하는 것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의 갭은 무척 크겠지만, 그래도 꼭 마음에 새겼으면 하는 것을 이야기해보죠.
네가 무엇을 하는지 알려라. 넌 이순신 장군이 아니다.
신입사원이 배치되고서는 딱히 선배가 줄 수 있는 일이 많지가 않습니다. 데이터를 좀 보고 있어라, 그동안 했던 회의자료인데 참고좀 해라. 옆에 가서 선배들 몸쓰는 일좀 도와라. 그런 날을 보내다 드디어 일이 주어집니다. "00님이 회의록좀 작성해서 공유해줘요." 드디어 일같은 일이 주어집니다. 물론 회의록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양식과 방법을 회의전에 미리 알려주는 선배는..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선배들도 미리 좀 알려주세요) 일단 회의에 들어가서 신입들은 보통 메모장 아니면 워드 프로그램을 열고 회의록을 작성하기 시작합니다. 뭘 모르니 들리는 대로 적습니다.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적어봅니다. 1시간..2시간.. 회의가 끝나고 이제 마구 받아적은 것을 메일에 정리해봅니다. 정리하기 시작한지 1시간...2시간...3시간... 이때 사수선배가 물어봅니다. "00씨, 뭐하고 있어요?" 회의록 정리하는데 3시간이 지났는데, 보내도 될지 말지 판단이 안섭니다. 이제 드디어 선배가 회의록을 봐주기 시작합니다. "이걸 여태 하고 있었어요?" 열받지만 선배가 한차례 야지를 날립니다. 이제서야 형식, 꼭 들어가면 하는 내용들, 향후 팔로업 일정과 담당자 선정에 관해 이야기해줍니다. 진작 알려줬으면 회의록 쓰기도 편하고 그 부분에 집중했을텐데. 서로가 아쉬워하지만 별수 없습니다. 3시간의 대장정의 회의록이 마무리되고 메일 발송을 합니다. 출근 시간의 1/3이 지났습니다.
선배들이 파트 후배에게 제일 궁금해하는 것은 '대체 출근해서 뭐하니?'입니다. 그건 팀장님이 팀원들에게 갖는 질문과도 동일합니다. 일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공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일에 적은 시간을 투여하는 것입니다. 위의 회의록 작성의 예를 아주 모범답안으로 풀어보겠습니다.
1) 회의록 작성 전에 선배에게 회의록 양식 혹은 레퍼런스를 무조건 달라고 한다.
- 모든 팀은 회의를 하고, 회의록이 반드시 존재합니다. 참고할만한 회의록 메일을 포워드 받고 그 양식을 따르세요. 반드시 체크해야할 부분이 보일겁니다.
2) 일에는 수정이 없다고 생각하고 바로 공유 제출이 가능하도록 정리한다.
- 회의가 끝난 뒤 수정을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가공하는데 수많은 시간이 듭니다. 모든 페이퍼워크, 가령 회의록이나/메일작성은 수정이 없다고 생각하고 작성하세요. 그래야 완성도가 높아지고 시간이 절약됩니다.
3) 작성한 회의록은 바로 선배에게 보여주고 1차 피드백을 받는다. 그리고 완료 예상 시간을 미리 말해준다.
- 신입의 결과물은 반드시 수정하게 되어있습니다. 잘 알지 못하니 수정할 수 밖에요.
그래도 간결하게 정리한 1차본을 수정전에 물어봅니다. 다 들은 뒤 이 일을 마무리하는데 걸릴 예상 시간을 선배에게 미리 말해주세요. 이거 정리 공유 드리는데 30분은 걸릴 것 같습니다. 1시간쯤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럼 선배는 그 시간동안 당신을 자유롭게 둘겁니다.
회의록을 예로 들었지만 모든 업무의 워크플로우는 비슷합니다. 특히 신입사원은 레퍼런스가 없으니 일의 방향성이나 아웃풋을 예상하기 힘들기 때문에 레퍼런스를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것은 사실 이곳에 적응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당신이 무엇을 할지 시간을 정해보세요. 이건 30분짜리 일이겠구나, 이건 2시간짜리 일이겠구나. 선배는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말이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선배도 눈치를 봅니다. 우리 맘편하게 서로의 계획을 말하고 시간을 가져봅시다. 그동안은 냅두자구요!
신입사원에게 회의록을 작성해봐, 캠페인 초안을 짜봐, 기획서를 써봐, 등등 여러가지 일을 줍니다. 보통 센스 있는 선배라면 마감 기한이나 일정을 알려주고 중간쯤 챙겨주겠지만 바쁜 회사에서 그렇게 친절한 선배는 찾아보기 힘들겁니다. 그렇다면 선배에게 중간 알람을 주세요. 물론 선배는 옆부서와의 통화로 화가 나 있거나, 팀장님의 지시로 마음이 급하겠지만 당신이 어느지점까지 왔는지, 얼마나 더 걸릴지를 알려주세요. 당신은 은밀한 이순신 장군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