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1일. 나는 일찌감치 투표를 했다. 남편은 다른 동행자와 자연휴양림에 가고, 나는 가까이 있는 공원으로 산책을 간다. 남편은 나도 함께 휴양림으로 가기를 원했지만, 나는 할 일이 많은 사람, 해야 할 일들의 리스트가 머릿속에서 계속 경고음을 발한다. 그래서 단호히 거절!
"가서 잘 쉬다가 오세요."
남편과 함께 하는 산책길을 나는 오늘 혼자서 탐험에 나서기로 했다. 탐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로 한 것은 광교 호수공원은 두 개의 호수, 즉 원천호수와 신대호수로 이루어져 있고, 그 크기가 65만 평(202만 m 2)에 이르기 때문이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일산 호수의 1.7배라고 한다)
남편과 나는 바로 이 공원 주변에 살고 있는데도 이 공원이 개장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공원의 개장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 광교 호수공원 주변에 사시지 않나요? 어제 다녀왔는데 정말 좋았어요."
"네? 광교 호수공원이 벌써 개장했나요? 어쩐지~ 토요일마다 차들이 그렇게 많이 도로변에 주차되어 있는 것이 몹시 이상했거든요. 어유, 제가 이렇게 세상 물정(정보)에 어두워요."
그 이후로 거의 예외가 없는 한 남편과 나는 토요일마다 원천 호수를 한 바퀴 돈다. 천천히 돌면 한 시간. 빠른 걸음으로는 45분가량이 소요된다. 원천 호수 주변에는 상가도 조성되어 있고, 사람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 그러나 신대호수는 정말 고즈넉하고, 상대적으로 찾는 사람들도 적다. 산책할 때마다 신대호수까지 한 바퀴 돌고 싶었지만, 나는 항상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 때문에 원천호수만을 산책하는 것으로 만족해 왔다. 그러나 오늘은 신대호수까지 한번 둘러보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오전 7시. 입구에 들어서니, 아직은 산책로가 한산하다.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원천호수는 맵시를 부리는 여자 같은 호수이다. 계절마다 다양한 얼굴을 드러낸다. 봄에는 살얼음을 띄운 채 부끄러운 듯이 살짝 얼굴을 드러내고, 여름에는 농후한 여인처럼 흐느적거리며 온갖 새들과 물고기를 껴앉고 주위 나무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는다. 가을에는 갈대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는 성숙한 여인의 모습이다가, 겨울에는 눈보라를 온몸으로 맞으며 인내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찍 잠을 깬 오리도 나와 함께 아침 산책을 시작한다.
음~ 가만히 보니 오리는 친구에게 아침인사를 하러 가는 길이었나 보다. 형형색색의 연꽃들이 오리에게 환한 미소를 보내고 있다.
오리야! 나도 친구가 있단다. 산책로 옆으로 활짝 핀 꽃들이 나를 보고 웃고 있잖아!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호수 주변의 예쁜 가게들도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신대호수 쪽으로 가는 길 옆 풀들은 아직도 아침 이슬을 즐기고 있다.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조형물(이런 조형물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둘이가 오늘 하루 일정을 세우고 있나 보다.
코로나 이전에는 꽤 많은 외국인들이 암벽등반을 하러 왔다. 땀을 뻘뻘 흘리며 고지를 점령해가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함께 즐긴 적이 많다. 침묵 속에서, 암벽은 자신들 위에 쏟아부었던 사람들의 땀냄새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나에게 말하는 듯하다.
암벽 앞 풀밭에서 한 부부가 함께 체조를 하고, 한 청년은 자전거를 세우고 폰을 보고 있다. 사랑하는 연인의 문자를 읽고 있는 것일까?
신대호수로 넘어가는 길. 작년 가을 이곳을 지나다가 엄청난 양의 밤을 주웠다. 금덩어리를 줍던 것 같았던 그때의 그 기분 때문인지, 이 길이 황금길과 같이 느껴진다. 몇몇 사람에게 나눠주고 삶아 먹었던, 작지만 고소했던 토종밤의 서식처. (공원 여기저기에 밤나무가 꽤 많이 흩어져있다.)
원천호수가 여자라면 신대호수는 남자와 같다. 항상 별 말이 없다. 산을 품고 점잖게 나를 맞이 한다.
한적한 신대 호수길을 청년들이 자전거를 타고 쌩 지나간다. 아! 젊음의 생기!
잠시 후, 한 아빠가 어린 딸과 함께 역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그들의 다정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이 괜스레 아파온다. 나의 두 딸은 이런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그때도 무엇이 그렇게 바빴던지~
영원한 젊음을 간직하고 싶은 사람들의 끝없는 질주와
곳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벤치들!
"아무 때나 피곤하고 지칠 때마다 언제든지 오렴.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
몇몇 장소에서는 나이 든 분들이 흥겨운 쉼을 누리고 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유아 숲 체험원도 발견하고
신대호수와 광교 중앙공원이 서로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공원 잔디밭에서 아빠가 열심히 아들에게 축구를 코치하고 있다. 여기, 어린 손홍민 선수가 한 명 태동되고 있는 순간이다.
공원 숲 속에서 만난 어린이 놀이터! 미국으로 돌아간 둘째 딸도 무엇이 그렇게도 바빴는지 바로 코 앞에 있는 이 호수공원에 함께 와 보지 못했다. 두 손자가 정말 좋아했을 놀이터인데~. 아쉽다!
신대호수에서 원천호수로 넘어오는 숲길이 너무 많아, 몇 번을 헤매다가, 겨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았다.(갈 때는 잘 넘어갔는데 돌아올 때가 문제였다.) 익숙한 길에 들어서니 마음이 놓인다.
혼자서 하는 여행의 묘미를 알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새로운 길에 대한 설렘과 함께, 잘 못 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또한 내면의 목소리와 주위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을 수 있는 마음의 가벼움. 마음 내키는 대로 시간의 실타래를 쥐락펴락하는 재미. 그리고 순간순간 맞닥뜨리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외로움과 이 모든 현상들의 순간적인 찬란함. 그래서 품게 되는 영원한 그분에 대한 사모함.
집에 도착하니 12시경. 거의 5시간 동안을 두 호수공원의 이리저리를 돌아다닌 것이다.
다시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 마구마구 떠 오른다. '아이고, 왜 이렇게 바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