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의 화분 속 노란 국화꽃

by 김해경

11월 두 번째 주 토요일

마당에 꽃을 심기엔 너무 늦었다는 꽃집 아저씨의 말을 귀에 건 채

사 들고 온 8개의 화분 속 노란 국화꽃


“때에 맞게”라고 국화 한 송이가 얼굴을 찌푸린다.

“땅을 깊이 파고”라고 국화 한 송이는 애잔한 눈길을 보내고

“물을 흠뻑”이라고 국화 한 송이는 입술을 봉긋 세운다.


나머지 5개의 화분 속 노란 국화꽃이

지긋이 나를 쳐다본다.


‘때에 맞게’를 알지 못해

내밀었던 나의 꽃들이

그의 마음에

심기지 않고

길바닥에 버려졌던 그 고통을


‘땅을 깊이 파고’의

땀 흘리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

그저 한동안 서로 바라보다가

잠시 좋아하다가

스르르 기억에서 그가 사라져 버렸음을


‘물을 흠뻑’의

인색함으로 인해

그의 생명을 지치게 하고

고되게 하였음을


8개의 화분 속 노란 국화꽃은

이 모든 것을 아는 듯


내 마음 위에

어느덧

노란 우산으로 내려앉는다.


그래

노란 국화꽃아


11월의 언 땅을,

내 마음에서 피어오르는

마음 김으로 녹이며

눈물방울, 방울로 흙을 파며

꿈을 흠뻑 부어주리라.


사랑하는 그에게


그의 마모된 마음 위에

노란 국화꽃 물결이 출렁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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