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일러를 봤을 때 '이거 고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면 어떻게 해서든지 고쳐요. 그런데 고장 난 보일러를 보고 '이거 안 되겠는데'하는 마음이 들면 어떤 수를 써도 안 돼요. 그것 참 이상하지 않나요?"
보일러 수리를 직업으로 하시는, 잘 아시는 분의 말이다. 그때는 '으응. 신기하네. 자기 최면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수능특강 영어 지문을 풀이하는데. 위와 연관된 이야기가 나와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스트레스라고 하는 것은 그 일을 하는데 요구되는 능력과 그 일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의 차이에서 온다고 한다. 즉 관중으로 가득 찬 경기장을 들어서는 운동선수는 당연히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에 따르는 스트레스가 있다. 이것을 경기에 따라오는 요구(competitive demand)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관중으로 가득 찬 경기장을 보고 한 선수는 이렇게 말한다.
"와~ 드디어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기량을 마음껏 선보일 수가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구나."
관중으로 가득 찬 경기장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선수는 스트레스의 양이 적어지고, 자신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선수는 똑같은 경기장을 들어서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아이고, 큰 일 났네. 이 많은 관중 앞에서 혹시 실수라도 한다면, 어구 이만저만 창피가 아닌데"
이 선수는 똑같은 장면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자연히 스트레스의 양은 많아지며,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대상을 대할 때 어떤 인식을 가지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다를 수가 있다고 그 지문은 말한다. (Ebs 수능특강 4강 2번)
이런 유사한 예를 성경에서도 볼 수가 있다. 가나안 땅을 정탐하려 보낸 12명의 지파 지도자 중 10명은 난공불락인 가나안 땅의 외형과 장대한 아낙 자손을 보고 다 죽게 되었다고 난리를 친다. 그러나 여호수아와 갈렙, 두 사람은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 '이 땅을 너희에게 주리라'는 그 말씀을 믿었기에, 완전히 다른 인식을 가지고 믿음의 말을 선포한다.
"여호와를 거역하지는 말라. 또 그 땅 백성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은 우리의 먹이라.(민수기 14장 9절)"
위키백과에서는 인식(Perception)에 대해 "지각이라고도 표현되어 있는데 감각 기관의 자극으로 생겨나는 외적 사물의 전체상(全體像)에 관한 의식을 말한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경험과 살면서 알아온 지식, 개념, 신념을 총동원하여 상황을 상상, 추리하여 판단한다. 그런데 살아오면서 긍정적인 면을 많이 경험한 사람은 어떤 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할 확률이 높다. 한 예로 지금 있는 이 학교의 한 남학생(고2)은 어릴 적에 엄마가 이혼하여 떠났고, 아빠는 이 아이가 좀 자랐을 때 자살해서, 지금 할머니 집에서 자라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아이의 입고 달고 사는 말이 "그래. 뭐, 내게 무슨 좋은 일이 있겠어. "라는 부정적인 말이며, 그는 매사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 아이는 그의 담임선생님이 매우 안타까워하는 학생이다.
부정적인 마인드에 사로잡힌 아이를 변화시킬 방법은 없을까? 이 책의 주장대로 한다면 그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주면 된다. "자존감을 높이도록 도와주고 좋은 경험을 많이 하도록 도와준다. 또 긍정적인 생각들을 심어 넣어준다. " 참으로 좋은 방법들이다. 그런데 우리의 마음은 복잡 미묘해서 입력한 대로 산출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즉 변수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그 예로 부족함이 없는 환경에서, 부모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자란 아이의 일탈은 이 범주에서 벗어나 있으므로 그 원인을 설명할 수가 없게 된다.
아침에 작은 동산을 산책하면서 남편과 나는 인식과 믿음의 연관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믿음에서도 환경에 대한 '긍정의 힘'(긍정적 인식)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환경이 좋든, 나쁘든, 마음의 평강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은 오직 어떤 환경도 뛰어넘는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는 믿음과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로마서 8장 28절)"는 말씀에 대한 믿음의 힘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나누게 되었다. 이럴 때, 어떤 환경도 우리에게는 '우리의 먹이' 즉 밥이 되어서, 먹고 나면 힘이 나게 된다. 나쁜 환경은 나쁜 환경대로 우리를 새롭게 하고, 좋은 환경은 좋은 환경대로 감사의 기회가 되고 나눔의 기회가 된다.
"안녕하세요?"
나는 동산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꼭 아침인사를 한다. 지나가는 한 할아버지는 꺼먼 봉지에 수북하게 밤을 주워서 내려가신다. 요즘 한창 밤나무에서 밤이 떨어지고 있다. 나도 산책하면서 한두 알을 줍는다. 그런데 오늘은 수북이 쌓인 나뭇잎들 사이에서 몇몇 밤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음, 할아버지가 다 줍고 내려가셨다고 할지라도 아직도 숨은 밤이 분명히 있을 거야'라는 긍정의 생각을 해서인지, 아니면 하나님에 대한 인식(믿음)을 더 새롭게 한 아침이어서 우리를 기특하게 여긴 하나님의 선물인지, 잘 알 수가 없지만, 나는 오늘 주머니 가득 밤을 줍는 행운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