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고상한 사람인데
꿈을 꾸고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약간 입술을 벌려 배시시 웃으며
세상과 더불어 나풀나풀 걸어가기를 바랐는데
축 쳐진 발걸음과
꾹 다운 입술
그늘진 얼굴에
세상의 얼기설기 그물망을 이리저리 헤치느라
상처로 얼룩진 손가락으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힘겹게 쓸어 넘기는 그대.
그녀의 흩뜨려진 머리를 쓰다듬고
얼굴에 기쁨의 빛 가루를 뿌리고
입술에 웃음꽃을 물리고
나의 손으로 그녀의 상처 손을 대신할 수만 있다면
남편의 가장 소중한 갈비뼈로 빚음 받은 그대여!
남편의 사랑으로 활짝 필 꽃망울이
피지도 못한 채
시들어
그 꽃망울의 눈물이 그녀의 가슴에 슬픔의 샘으로 내려앉고
서로 사랑하라고
서로 의지하라고
만든 울타리는
갈등으로 구멍이 뚫리고
미움으로 울타리가 무너져
황량한 겨울이
물러갈 낌새를 보이지 않는다.
그대, 모든 것 훌훌 털고
따뜻한 나라를 움켜쥐려 하건만
따뜻한 나라는
긴 터널의 끝에서 아련 거릴 뿐
처음과 끝이 서로 만나
서로를 포용하여
통통하게 살찐 추석 달처럼
그녀의 삐쩍 마른 마음이
서로를 품어 살찔 수만 있다면
비틀거리는
그녀를 붙잡고
함께 걷기를 간구하는
나의 바람은
추석 달의 토끼 되어 방아를 찧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