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아직도 자신의 영억을 지키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고
바람은 스쳐 지나가며
이제 좀 놓아주는 법을 배우라며
여름의 등을 토닥인다.
움켜쥔 것을 놓아주는 것이
세월이라고
바람은
우리에게도 속삭이지만
가슴이 휑하니 뚫린 사람들은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세상 것을 죽을 듯이 움켜쥐고
빈 구멍에 무언가를 밀어 넣는데
"아! 밑 빠진 독이었어!"
사람들의 한탄 소리는
밑 빠진 가슴속에서 맴돌다가
어느새
긴 한숨이 되고
바람이 되어
다른 이들의 귓전에
내려앉기를 원하지만
뻘뻘 땀 흘리는 여름과 함께
뻘뻘 땀 흘리며 전진하느라
바람이 머물 시간을 허락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