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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선택하기와 마음

어느 것을 선택할 지 고심하는 1달 26일된 손녀

by 김해경

Denise Lett는 그의 책 "In Pursue of Status(지위 추구)"에서 한국인을 모든 영역에서 사회적 지위의 영향을 의식하고 더 높은 지위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위 추구의 문화를 가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맥락과 상통하는 말로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란 말이 있는데, 사람은 서울 가야 출세할 수 있고, 말은 제주도에 가야 대접받는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청렴 강직한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를 갔을 때 아들 학영, 학유에게 보낸 편지에도 '서울 인근에 살기'를 부탁한 것을 보면, 우리 민족은 Lett가 분석한 대로 끊임없이 지위향상을 향한 근본적인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지위 추구 욕망의 발현은 고대 농경사회의 유산이라는 주장도 있다. 즉 고대 농경사회는 집단 사회이기 때문에 그 집단에서 소외된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주위 사람들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혼자 무서운 맹수가 우글거리는 집단 밖으로 내팽개쳐진다는 의미이므로, 사람들은 더 높은 지위를 가짐으로 사람들의 환호를 받게 되고 소외의 두려움을 잠재우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위에 대해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학자가 있다. 경제학자 Robert H Frank는 그의 책 "Choosing the Right Pond(올바른 연못 선택하기)"에서 이런 예를 들고 있다.

"동료들이 25만 달러를 버는 경우 10만 달러를 버는 것보다, 자신의 동료가 2만 5천 달러를 버는 경우 단지 5만 달러를 버는 것에 사람들이 더 만족하며, 왜 이를 더 선호할까?"에 대한 근거 이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Robert는 상대성(Relativity)이 인간의 경제 행동의 기본 원칙 중 하나라는 것이다. 즉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우리의 성공을 측정하는데, 더 적게 버는 것이 다른 모든 사람이 버는 것보다 더 많기만 한다면 기꺼이 더 적게 가지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로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에 대한 선수들의 감정적 반응의 분석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올림픽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는 대단한 일을 성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실망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들은 자신을 금메달을 딴 선수와 비교하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메달을 딴 선수들은 대부분 싱글벙글인데, 그 이유는 그들은 자신을 메달을 따지 못한 다른 모든 경쟁자들과 비교하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이 더 낫고 더 행복하다고 여긴다는 것이다.(수능특강 3강 6번 지문)"


Robert의 상대성(Relativity)는 우리가 우리의 성취감을 판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는 이런 화두를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Be a big fish in a small pond than a big fish in a bigger pond.(아주 큰 연못에서 큰 물고기가 되기보다 작은 연못에서 큰 물고기가 돼라)"


이는 우리의 "서울 사람, 제주도 말"과는 조금 상반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작은 연못보다는 큰 연못을 지향한다. 적은 돈보다는 많은 돈을 원한다. 이럴 경우 우리의 행복지수는 물론 낮아질 수 있다. 큰 것, 많은 것을 지향하는 한국인의 성향 때문에 한국사람들에게는 조선 Hell이 많은지도 모른다. 큰 것, 많은 것과 비교하니 모든 것이 불만일 수밖에 없고 불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 엄마의 이야기다.

"이놈아, 옆집 아이는 공부도 잘하고, 학교에서 칭찬이 자자하더라. 너는 허우대만 멀쩡하지 도대체 공부는 그게 뭐니?" 이렇게 야단치고 나서 우연히 채널을 돌린 TV에서, 온 신체를 움직이지 못하는 아들 또래의 아이를 봤을 때 했다는 말. "그래. 허우대 멀쩡한 것만 해도 큰 복이다."


또 다른 어느 엄마의 이야기이다.

"요즘 저, 너무 힘들어요. 아들이 고등학교에서 계속 일등을 해서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모두가 부러워하는 일등 대학에 진학했는데 요즘 자꾸 아들이 자퇴하려고 해요. 우수 집단 속에서 자신이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된다는 거예요."


Bigger Pond(큰 연못)을 선택하든, Small Pond(작은 연못)을 선택하든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할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도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언 4장 23절)"이다. 어떤 환경에서든 마음을 지킬 수 있는 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도.jpg 우도와 하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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