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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이미 지나간 시간과

아직 오지 않은 시간들이

내 책상 위

사각형 종이 위에

갇혀 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

의미의 옷 입고

살아 꿈틀대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새로운 계획과 꿈으로

미리 앞당겨 달려와

친숙한 숫자 되어

가보지 않은 세계의 낯섦을 감춘다.


하루, 한 달, 일 년

주기적인

젊음의 옹달샘으로

영원히 반복될 듯하다가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슬그머니 내미는

나이와 죽음의 청구서


마술을 부리듯

1이라는 숫자로

우리에게

새 출발을 선물하고

한 달로

계절의 보따리를 풀어주고

일 년으로

인생의 산을 오르게 하는

사각형 종이 위에 갇혀 있는 숫자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엉덩이를 들썩대며

이리저리 꿈틀대고


나는

두 팔 벌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힘껏, 정성껏, 애틋하게

부둥켜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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