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나간 시간과
아직 오지 않은 시간들이
내 책상 위
사각형 종이 위에
갇혀 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
의미의 옷 입고
살아 꿈틀대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새로운 계획과 꿈으로
미리 앞당겨 달려와
친숙한 숫자 되어
가보지 않은 세계의 낯섦을 감춘다.
하루, 한 달, 일 년
주기적인
젊음의 옹달샘으로
영원히 반복될 듯하다가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슬그머니 내미는
나이와 죽음의 청구서
마술을 부리듯
1이라는 숫자로
우리에게
새 출발을 선물하고
한 달로
계절의 보따리를 풀어주고
일 년으로
인생의 산을 오르게 하는
사각형 종이 위에 갇혀 있는 숫자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엉덩이를 들썩대며
이리저리 꿈틀대고
나는
두 팔 벌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힘껏, 정성껏, 애틋하게
부둥켜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