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코로나: 7일간 격리

by 김해경

움직임 가운데

움직이지 않는 섬 되기.


섬은 왜 자신만 홀로 있는지를 의아해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세상 물결 속의 쌩쌩 지나치는 정보 물고기에 정신이 팔려

폰으로 열심히 낚시질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잠시 한숨을 쉬고

혼자 천장을 바라보며 눕는다


두둥실 머릿속 따라 흘러가는 구름은

어릴 적 할머니 이야기 속을 휘젓던 그 구름이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해보고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열기는

마음에 드는 아이에게 말 한번 걸어보지 못했던 마음의 답답함으로 다시 솟구치고

목구멍을 간질이며 올라오는 잔기침은

이제 막 무대에서 내 대사를 외워야 하는 찰나에 올라온, 진땀을 흘리게 하는 불청객으로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천장을 진동케 한다.


절대 접근 불가의 팻말을 꽂아야 한다는

흰 옷 입은 사람들의 위엄에

내 입 위에 그들의 흰색으로 응답하고


7일간

꼼짝 않는 얼음,

떠돌아다니다 잠든 섬,

아픔의 골짜기에 정박한 배가 되어


천장에


움직이지 못하는 발 대신

마구 어지럽게 마음의 발자국을 찍어댄다.

많은 발자욱.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 마음속 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