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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Apr 06. 2023

이 청년을 어떻게 할까요?

"A가 치과치료받으러 가다가 탈출을 시도해서 지금 독방에 갇혀있어요. 선생님, 저번에 다른 기관을 말씀하시던데 혹 아시는 곳이 있나요?"

"아! 그래요? 내일 그곳에 가 보려고 했는데."

"면회 가셔도 안 될 겁니다. 면회든 퇴원이든 저의 동의가 있어야 하거든요. 오늘 저도 갔다 왔는데 못 만나고 왔어요. A를 감당 못 하겠다고 하네요. 퇴원하기를 원해요."

"알겠어요. 저도 알아볼게요."


A! 오래전 고등학교에 근무할 때 만난 학생이다. 

"어. 너 여기에 놀러 온 거야? 이름이 뭐지? 뭐? A? 운동선수 이름이잖아? 어서 오세요 A님!"

내가 있는 교무실에는 체육선생님 두 분과 음악선생님과 미술선생님이 각 한 분씩, 미국 원어민 선생님(한국교포 2세)과 나. 이렇게 여섯 사람이 근무하고 있었다. 체육 선생님 중 한 분이 키가 크고 야윈 이 남학생이 들어와 교무실에 버티고 있자 이렇게 말을 걸었다. 그때부터 A는 유명한 운동선수가 되어 체육선생님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A는 지적 경계선에 있는 아이이다. 이 학교에 특수반이 있으나 특수반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똑똑하고, 일반반에 있기에는 조금 모자란 아이. 결국 본인의 선택으로 일반반에 들어가 있다. 

"A님, 오늘도 이곳으로 출근을 하셨네요. 빨리 수업 들으러 가셔야지."

이 아이는 빈 시간이면 으레 우리 교무실에 와 빈둥거린다. 체육선생님은 이 아이를 때로는 놀리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하셔서, 학급에서 별로 친구가 없는 이 아이에게는 이 교무실이 훨씬 재미가 있고 마음이 편한 것 같았다. 그 당시 나는 학생들의 수업독려를 위한 당근으로 사탕을 가지고 있었는데(이 고등학교는 일반고등학교가 아니라 실업계 학교였다.) 교무실을 나갈 때는 나에게 와서 꼭 사탕을 하나씩 받아 갔다.  

"A야. 오늘 사탕 너무 많이 받아가는 것 아니야? 너 이 사탕 다 어디에 사용하니? 설마 다 먹는 것은 아니지? 너 치아 썩는다."

알고 보니 내가 준 사탕을 친구들에게 다시 주고 있는 이 아이. 그렇게라도 친구가 되고 싶은데, 학급 아이들이 잘 놀아주지 않는 것 같았다. 마음이 짠한 아이였다.


그렇게 열심히 우리 교무실을 드나들면서 세월이 흘러, 이 아이도 졸업을 하게 되었다. 졸업식날, A의 엄마와 그 동생들도 보게 되었고, 가정형편도 알게 되었다. 이혼한 엄마는 힘겹게 세 자녀를 양육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A 밑의 두 동생은 정상인이다) A는 간질도 있어 늘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A야! 졸업했으니, 이제 사회생활을 잘해야 한다."

학교에서 공부는 거의 하지 않고, 날마다 우리 교무실로 출근해 시간을 보낸 아이여서, 솔직히 졸업 후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의 일 년의 시간이 흐른 후,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 (그때 나는 다른 학교에 근무하고 있었다.)

" 저 A예요."

"뭐? A? 너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어?"

"스승 찾기를 했어요."

"그래? 너 똑똑하네.(나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몰랐다.) 너 지금 뭐 해?"

"장애인고용센터에서 구해준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그래. 잘 됐다. 축하한다."


이렇게 다시 시작된 인연은 이 아이가 올해 32살의 청년이 된 오늘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좀 더 성숙해져야 할 A인데, 문제는 오히려 이 아이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A야, 너는 대학교 졸업한 대학생보다 낫다. 대학생도 요즘 실업자가 수두룩한데 너는 센터에서 꼬박꼬박 직장을 알선해 주잖아. 너, 정말 행운아(?)다!" 


그런데 행운아(?)인 이 아이가 한 직장에서 오래 버티지를 못 한다. 처음에는 삼사 개월을 버티는 것 같더니만 갈수록 그 기간이 짧아져 한 달, 이제는 이삼주가 그만두는 주기가 되었다. 그동안 이 아이가 거쳐간 직장으로는 종합병원의 입구에서의 인사하는 자리, 종합병원의 식당에서 배식하는 자리, 역시 병원에서 거즈를 접는 일, 부품회사에서 부품을 고정시키는 단순 작업, 봉투 붙이는 일, 식당 정리하기, 외국인 회사에서 작은 한 부분을 청소 및 정리하기 등 수많은 일터를 거쳐갔다.


"A야. 너 왜 자꾸 회사를 그만 두니? 이번 회사는 내가 보기에 괜찮은 회사인 것 같은데, 도대체 뭐가 너에게 문제가 되니?"

"누구누구가 있잖아요. 저를 괴롭혀요. 꼴 보기가 싫어요."

"아니, 이 세상에 너 마음에만 드는 사람이 어디 있니? 보기 싫은 사람이 있어도 잘 지내는 법을 배워야지, 날마다 뛰쳐나오면 어떡하니?"


어느 회사를 가든 이 아이에게는 미운 사람이 있고 꼴 보기 싫은 사람이 생긴다. 그 대상이 때로는 동료이기도 하고 후배이기도 하고 때로는 상급자이기도 하다. 세상이 너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이 아이는 알겠다고 대답은 하지만 소 귀에 경읽기이다. 결국 그 엄마도 지치고 나도 실망하고 센터도 꼬박꼬박 주던 일자리를 잠시 스탑 시켰다. 이 아이의 성향이 왜 이럴까? 지능이 인간관계형성을 원만히 할 만큼은 되지 않는 것일까? 지금까지 친구관계가 없어서일까?


이 아이는 드라마에 중독되어 있다. 드라마 중에서도 고부갈등이나 막장 가족드라마에 푹 빠져 있다.

"선생님, 천불이 나 죽겠어요. 제가 속이 터져요." 

"A야, 또 시작한다. 나는 너의 그 천연덕스러운 드라마 대사 듣기 싫다. 전화 끊는다." 

드라마의 대사가 입에 박혀 A는 말을 차단지처럼 잘한다.


이 아이는 하루에도 여러 통의 전화를 한다. 처음에는 잘 받아주었는데, 이제는 띄엄띄엄 받거나 간혹 받는다. 거의 똑같은 내용이다. 주로 다른 사람에 대한 불평, 불만을 나에게 쏟아낸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나에게 푸는 것이다.


"A엄마, A가 전화를 너무 많이 해요."

"선생님, 받지 마세요. 저에게도 전화를 어찌나 해대는지 일을 못 해요. 무시하셔도 돼요."


그러나 날마다 전화하는 아이가 며칠 전화를 하지 않으면, 그때는 사고를 치고 있는 중이다.


"A엄마. A가 거의 삼사 일째 전화가 없어요. 무슨 일이 있나요?"

"아이고 선생님. A가 동네 나쁜 아이들에게 붙잡혀 가 감금되어 있는 것을 경찰이 겨우 찾았어요. 큰 일 날 뻔했어요."


설명인즉 돈을 많이 벌게 해 주겠다는 속임수에 빠져 따라가서 모텔에 감금되었다. 그리고 폰을 빼앗겼고(이 아이의 유일한 낙이 드라마 보기이기 때문에 항상 폰을 최신형으로 엄청 바꾼다. 이게 이 가정의 큰 골칫거리이다. 위약금을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또 돈을 빌리는 대출증을 A 명의로 작성했다는 것이다.


"야, 너 제발 정신 좀 차려라. 너 고기잡이 배에 팔려갈 뻔했다. 제발 그런 애들 따라가지 마라!"


그런 일이 몇 번 더 있었다. 한 번는 자기 발로 집을 나가서 '자기는 지금 집을 나왔는데 자기를 도와줄 사람'이라고 페이스북에 올렸더니만 그에게 접근한 사람에게 잡혀서 사우나실에서 며칠을 지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폰은 실종되었다. 


"선생님, 저 지금 병원에 와 있어요. 저 나가고 싶어요!"

"뭐? 병원? 어떤 병원이야? 네가 거기에 왜 있니?"

"여기 들어오게 되었어요."


병원을 찾아보니 정신재활 프로그램으로 '사회기술 훈련, 자존감 향상, 인간관계, 건강증진, 스트레스 관리훈련, 정신건강 교육, 회복탄력성 프로그램'등이 있다. A에게 전혀 상관이 없지는 않다.


A의 전화를 받고 당장 A의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받지 않았다. 

'도대체 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저번에 A의 엄마가 너무 힘들어서 A를 시설에 넣어야겠다고 나에게 넌지시 말한 것이 기억났다.

"시설요? A가 힘들어하지 않을까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는데,  그 시설이 병원이었고, 결국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이다.


날마다 A는 전화를 하거나 카톡을 보낸다. 주로 자기를 병원에 넣은 엄마에 대한 분노를 욕으로 표출한다.

"A야. 엄마를 잘 설득해라. 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선생님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 줄 수가 없어. 그리고 선생님은 너의 엄마에 대한 욕을 듣기 싫어. 나에게 하지 마."


그런데 요즈음 며칠 조용해서 '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엄마에게 전화를 했더니, 이번에는 A의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어찌나 전화로 자기에게 욕을 하고 문자를 보내고 또 집안 식구 모두를 괴롭히는지 A의 전화를 정지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병원에 넣게 된 경위를 설명한다. 병원에 넣기 전, 이번에는 나가서 천이백만 원의 대출증을 썼다는 것이다. 막노동하는 엄마가 이백만 원을 주고 변호사를 사서 겨우 그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온 가족이 참다 참다 더 이상은 다른 가족들이 살지 못하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곳에 집어넣게 되었다는 것이다. 작년 11월에 들어갔으니 이제 6개월이 되어간다고 한다.


설명을 들으니 좀 더 이 엄마의 딱한 사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또한 A의 딱한 사정도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오늘 A의 엄마가 전화로 A의 탈출사건을 알려온 것이다.


차라리 지능이 조금 덜 하다면 말이라도 잘 듣고 하라는 일이라도 잘할 텐데 그것도 아니고, 또 지능이 조금 더하여서 자신의 일을 잘 처리하여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할 텐데 그것도 아니고, 참으로 애매한 아이이다. 아니 이제 청년이다. 들손이 되어 일은 못 하지, 어디를 가든 관계형성이 안 되지, 도대체 이 청년을 어디로 보내어야 할지? 병원에서는 이 청년에게 더 이상 치료해 줄 근덕지가 없다고 한다. 말썽 부리지 말고 퇴원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나와서 또 문제를 일으킬까 봐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서 어디든 가서 제발 얌전히 있어주기를 바란다.


참으로 답답하다. 


무슨 좋은 대안이 없을까?

Please let me know the solution! (지혜를 모아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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