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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Apr 03. 2023

벚꽃잎이 떨어질 때면

벚꽃잎이 떨어질 때면

나는 

바람이고 싶다.



하염없이 내려앉아 소복이 쌓이는 

아무도 귀히 여기지 않는

벚꽃 잎을 바라보면

나는 

바람이고 싶다.


가장 작은 소자를 섬기는 낮은 마음을 가진

누구의 말이든 공감하여 들어주는 연한 순 같은 부드러운 마음을 가진

남의 아픔으로 눈물바구니를 가득 채운 마음을 가진

결핍으로 아파하는 자를 어루만지는 치료손의 마음을 가진

사랑의 눈으로 둘러싸인 마음을 가진


그곳에 벚꽃 잎을 몰고 가

벚꽃 잎 집을 지어주고 싶다.


아침에 눈을 뜬 세상은

희귀한 꽃잎집을 보고

놀라며 감탄하리라.


"아하! 저들의 마음이 아름다웠구나! 

하늘에서 아름다운 집을 선물했네!"


눈에 보이는 것만이 대단한 세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아는 한순간이 되지 않을까?


딸아이 어린 시절, 처음 마트에 데려간 날

딸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만

그다음 날부터 소원이 바뀌었다.

"나 마트주인 될래!"


마트의 카트에 한두 가지의 물건을 담은 채

옆에 선 아빠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 소년의

슬픔에 가득 찬 눈빛이

오래오래 내 마음을 아프게 하던 날


나는 

꽃잎집을  간절히 원했다.


어릴 때부터

모든 사람을


돈이라는 세상신에게 굴복하게 만드는 

보이는 세상에게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만들어주는 

꽃잎집!


사람들은 그제야 보이지 않는 것을 귀히 여기게 될까?

희소가치로 몇억 할 수도 있는 꽃잎집의 돈가치 때문이라도 

사람들은 마음바탕을 좀 바꿀까?


바람 불어 벚꽃 잎이 이리저리 쓸데없이 거리를 방황할 때면

나는 

바람이고 싶다.


꽃잎을 몰고 가

꽃잎집을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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