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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Apr 12. 2023

 영광!

(2023년 3월 31일 분당 중앙공원에서)

  사람에게 영광이 있을 때,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모여든다. 

나무도 사람과 마찬가지이다. 꽃은 그 나무의 영광이다. 영광이 있을 때 사람들은 그 영광 아래로 모여든다.

2023년 3월 31일 천당 아래 있는 분당 중앙공원에서

사람들은 떼 지어 그 영광을 탐닉하고자 한다.

그리고 영광에 취하여 행복해한다. 

또한 이 영광을 붙잡기 위해 열심히 사진을 박는다.

 영광을 오래오래 간직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공원이 조성되기 전 있던 전통가옥에 들어가니, 마침 관리자 한 분이 작년에 말린 목련차를 마시려다가 들어온 우리에게 차 한잔을 대접한다. 아! 작년의 영광을 이렇게 오랫동안 우려먹는 또 다른 방법에, 또 그 영광의

향기에,  감탄하며, 우리는 황송하게 영광을 취한다. 


보란 듯, 날아갈 듯이 앉아있는 정자와 '날 좀 보소'를 외치는 분수대! 모두가 영광을 사모한다.

시샘하듯 입을 다문 연못 한 귀퉁이, 나는 말한다, "얘야, 너도 예뻐!"

정자는 좀 더 오래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기 원한다.

정자 아래에서 엄마와 꼬마들이 정자에게 재롱을 뜬다. 

정자 맞은편 진달래도 정자님을 사랑한다고  일편단심의 마음을 보여준다.

개나리는 얼굴색이 샛노래져서 이를 질투한다.

파란 하늘은 이를 내려다보며 "Calm down(진정해)!", 진달래를 달랜다.

좀 더 영광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도 필요하다. 

열심히 영광을 심는 사람들!


잠시 영광을 피하여 오솔길을 오르다가

세상만사 모든 영광, 아무 상관없이, 겨우내 살아남았음에 만족하는 이 생물!

아주아주 잠깐동안, 고귀하게 영광을 취했다가 사라지는 목련이나

너무 일찍 영광을 터뜨린 벚꽃이나

앞으로 잠시동안 누릴 영광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는 수많은 꽃들과 인생들!

혹은 영광과 상관없이 살아가기에 급급한 오솔길의 토끼 같은 인생들!


모두 일장춘몽 같은 인생!


변함없는 영원한 영광은 없는 것일까?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벧전 1: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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