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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May 22. 2023

한식 조리기능사 시험 2

(2021년 2월 13일 한식요리사 되기 1에 연이어)

2021년 1월 중순에서 2월 말까지 요리학원에서 한식을 배웠다. 거의 21일 정도를 요리에 집중한 것 같다. 처음 일주일 정도는 이론공부를 했다. 그리고 1월 30일(토)에 필기시험을 쳤다. 나는 한식필기시험과 양식필기시험을 오전, 오후로 나누어서 두 번 쳤다. 한식, 양식, 중식, 일식시험의 필기시험은 거의 내용이 비슷하다. 그래서 시험칠 때 같이 보는 것이 좋다는 학원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앞으로 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도 염두에 두고 있어서, 두 과목을 신청한 것이다. 두 과목 다 합격했다.(시험 합격 유효기간이 2년인데, 양식은 그동안 너무 바빠서 실기 배우러 학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 결국 완료기간을 넘겼고, 그 따놓은 필기시험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론 공부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았다. 27명 정도가 함께 수강했는데 2/3 정도가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9명 정도가 합격하지 못했다.)


시험 치는 장소의 화장실에는 '벌써 몇 번째 시험에 떨어졌다느니, 시험이 왜 이리 어럽냐느니' 하는 낙서들이 빼곡하게 화장실 문과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심지어 내가 시험 치는 그날, 내 반에도 대리시험을 치다가 적발된 사람이 있어 퇴장 명령을 받았다. 이런저런 사건들을 보면서, 국가가 인정하는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따기 원하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은지, 그리고 그들의 간절하고 애달픈 마음들이 보여, 나의 마음이 찡했던 기억이 있다.

'나, 괜히 합격률만 높이는 것 아니야?' 이 자격증이 다급하게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는 그때 미안한 마음까지도 들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위해 정확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2021년 필기시험의 합격률이 44.9% 라니, 그럼 그때 그 학원은  거의 66%의 합격률을 보였으니 우수한 편에 속한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합격률이 낮다! 어쨌든 나는 그때 우리 반의 불합격한 사람들에게 내가 요점정리한 것을 복사해서 다 나눠 줬다!)


그다음이 정말 어마어마한 관문이었다. 필기는 나에게는 가벼운 워밍업이었고, 이제 골리앗 같은 거대한 장수가 앞에 떡 버티고 있었다. 실기시험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2~3번 정도에 합격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실제로 시험과목인 31종류의 음식을 만들다 보니 '제발 빨리 끝내야겠다. 이러다가 스트레스받아 사람 죽겠다!'라는 생각이 절절히 들었다.  


지금부터 31 품목의 음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31종류의 음식은 옛날 임금님 수라상에나 올려감직한 조리법으로 요리를 한다. 집에서 일상적으로 해 먹던 요리와는 조리법이 아주 다르다. 음식 재료를 넣는 순서를 알아야 하고, 재료를 썰 때 편 썰기, 채썰기, 다지기, 막대 썰기, 골패 썰기, 나박 썰기, 깍둑썰기, 둥글려 썰기, 반달 썰기, 은행잎 썰기, 통썰기, 어슷썰기, 깎아 썰기, 돌려 썰기, 솔방울 썰기 중 어느 썰기를 선택해야 하는지, 크기와 길이는 몇 cm로 할 것인지, 사용해야 할 양념은 무엇인지를 숙지해야 한다. 시험시간은 주로 50분인데, 두 가지 요리를 시간 내에 제출한다. 시험감독들이 수시로 돌아다니며 위생처리는 양호한 지, 순서대로 조리하는지, 들어가야 할 양념은 다 넣고 있는지를 체크한다. 그리고 시간 내에 제출한 작품의 모양새를 보고 최종성적을 산출하여 합격, 불합격을 판정한다.


그래서 시험장소가 중요하다. 한 조리실에 50명이 들어가는 시험장에서 시험치기를 사람들은 가장 원한다. 조금이라도 감독의 눈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다음 규모가 20명, 10명이다. 실기시험을 신청하는 날은 정해져 있다. 그날 인터넷 접수에 빛의 속도로 신청하지 않으면 아예 신청할 수가 없다. (조리기능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지, 아니면 불합격률이 높아서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4분 안에 모든 접수가 완료되었다.)


지금 올려지는 모든 음식사진은 선생님이 시범을 보이기 위해 먼저 만든 작품을 찍어 놓은 것이다. 학생들은 이 모양대로 따라 하려고 애쓴다. 나의 작품을 찍어 놓은 사진은 용량 때문에 삭제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아쉽다. 잘 못하는 사람의 작품도 봐야 비교가 되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1. 재료 썰기이다. 이게 시험문제에 나온다. 무:0.2cm 두께, 0.2cm 폭, 5cm 길이 채썰기,  오이:0.2cm 두께, 0.2cm 폭, 5cm 길이 돌려 깎기, 이런 식이다. 주어진 재료를 잘 사용하지 못하면 필요한 양이나 모양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시험시간 25분짜리이다)

2. 콩나물밥: 시험시간 30분짜리이다. 관건은 냄비에 하는 밥이 잘 되었는지, 아닌지가 합격, 불합격을 가른다.

3. 비빔밥: 시험시간 50분짜리이다. 쌀, 청포묵, 고사리, 소고기, 애호박, 도라지, 달걀, 소금, 진간장, 백설탕, 대파, 마늘, 검은 후춧가루, 참기름, 깨소금, 고추장, 식용유, 건 다시마--재료손질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통마늘은 다지기를 잘해야 한다. 모든 학생들의 불만이 집에서 다 찧어놓은 마늘을 사용하는데, 여기서 마늘 까고 찧고 하는 일이 힘들다고 야단이다. 또한 위에 올라가는 재료의 길이를 교과서의 요구대로 맞추어야 한다.

4. 장국죽: 30분짜리이다. 쌀을 불려서 나무 방망이로 부수어야 한다. (집에서는 믹서기로 갈면 되는데 이를 방망이로 부수는 원시법을 사용한다!) 이 요리를 배운 후 아픈 사람을 위해 몇 번 집에서도 끓인 적이 있다. 그때는 당연히 믹서기로 드르륵!

5. 완자탕: 30분짜리인데, 이게 내 시험품목으로 나왔다. "완자는 직경 3cm 만들고, 국 국물의 양은 200ml 이상 제출하시오. 달걀은 지단과 완자용으로 사용하고, 고명으로 황, 백지단 각 2개씩 띄우시오." 이렇게 교과서에 나와 있다. 시험장에는 이런 코멘트가 없다. 알아서 이렇게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나는 그때 당황하다가 위에 올리는 지단을 기름에 빠뜨렸다. 지단을 키친타월에 닦아서 올려야 하는데, 시간에 쫓긴다는 생각 때문에 그냥 올렸더니 기름이 국물에 둥둥! 으악! 시간 내에 제출했지만 '떨어졌구나'라고 생각했다.

6. 두부젓국찌개:20분짜리이다. 집에서 해 먹었는데, 맛이 괜찮다. 기름이 뜬 걸 보니 이건 내 작품인가?

7. 생선찌개: 30분짜리이다. 문제는 동태를 주는데 내장, 지느러미 제거를 잘해야 하고, 토막을 4~5cm로 잘라야 한다. 국물을 고추장으로 내는데, 맛이 괜찮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8. 생선 전:25분짜리인데 힘든 작품이다. 동태 한 마리를 주고 포를 떠서 생선 전을 구워 제출해야 한다. 속으로 Crazy!라고 외친 작품이다. '제발 시험문제로 나오지 마라'라고 모든 학생들이 생각하는 품목이다. 생선장수도 아닌데 생선포를 어떻게 뜬단 말인가? 나도 난생처음 생선포를 떴다, 엉망진창으로! (0.5cmx0.5cmx4cm로 8개 제출이다. 나는 포를 잘못 떠서 생선조각들을 이어 붙여 8개를 만드느라고 진땀을 뺐다.)

9. 육원전: 20분짜리. 고깃덩어리를 주고 잘게 다져서 동그랑땡을 만들어라고 한다. 똑같은 크기의 6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양조절을 잘해야 한다. 아래의 사진은 내 작품이다(유일하게 저장되어 있다)

선생님의 작품과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10. 표고 전: 20분짜리. 표고버섯 안에 고기를 채워서 굽는다. 모든 고기는 덩어리를 준다. 보기는 좋은데 손이 많이 간다. 표고버섯을 유장처리하는 것은 처음 들어봤고, 처음 해 봤다.(사실 31개 품목 다 처음 해 본 것들이다.)

11. 섭산적:30분짜리이다. 이거~ 어렵다. 덩어리 고기를 잘게 다져서 두부 넣고 네모나게 만들어, 석쇠에 굽는다. 그리고 잘라서 0.7cmx2cmx2cm로 9개 이상 제출해야 한다. 요즘 석쇠로 고기 굽는 사람 있는지? 전문 음식점이면 몰라도 집에서 석쇠를 사용한 적이 없는데 석쇠로 고기를 구울려니, 불조절을 못해 이리저리 시커멓게 타고. 장난 아니었다!

그런데 이 글을 써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아무도 조리 기능사 시험에 도전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 말이다. 차라리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모르고 도전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저처럼.

31개의 품목을 한 번에 다 쓰기에 양이 너무 많다. 다음에 또 해야겠다.


P.S 한식 조리기능사 시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봐 이 글을 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글을 쓴 후, 나의 사진 저장고에서 이 사진들을 제거하기 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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