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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May 13. 2023

그분의 이름!

(2023년 5월 12일 금요일 광교호수공원에서)

집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나를 기쁘게 하려는 그분이 고맙고 고맙다. 들풀을 최고로 단장시키셔서 나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하신다.

"얘야, 노란 색도 다양하단다. 이 색은 어떠니?"

물가에 핀 꽃에서부터

꽃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우중충한 담벼락을 캔버스로 삼아 멋진 그림을 완성하신다.


조금 걸으니 이 작디작은 꽃이 살포시, 부끄럽게 웃고 있다.

꽃잎의 색깔이 너무 신기하다. 세 면만 색상이 있고 한 면은 하얀 백지이다. 그분이 너무 바쁘셔서 한 면에 색을 입히시는 것을 잊은 것일까? 아님 우리의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일부러 한 면을 남겨 놓으신 것일까?

"자! 한 면에는 어떤 색이 가장 어울리는지 한번 생각해 보겠니?"


바로 옆 나무에는 생명이 꿈틀거리며 위로 올라가고 있다.

생명이 진동하는 공원에 연세 드신 분들이 단체로 '생명숨 들이마시기 나들이'를 오셨나 보다. 한 젊은 여자분이 일어나 이 노인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열심히 율동(혹은 춤동작)을 한다.  노인들은 그 여자분을 물끄러미 쳐다볼 뿐 좀처럼 가짜 생명(흥)에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온천지 사방에 넘쳐나는 생명의 숨결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인은 죽음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진정한 생명을 바라보게 된다. 모조 생명의 헛된 몸짓보다 영원을 향한 진정한 생명의 몸짓을 사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인들 옆 벤치에는 아예 자리를 깔고 누워 있는 한 사람이 있다.

인생은 쉽지가 않다. 메마른 땅에서 마른 흙을 씹을 때도 있다(욥기 30: 3). 그러나 "나를 바라보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의 날개 치며 올라감 같고, 달음박질하여도 곤비치 않고, 걸어가도 피곤치 아니하리라(이사야 40:31)"는 생명의 약속이 있다.

지친 이 사람을 위해 바로 앞쪽에 아름다운 화분다발을 준비하셨는데, 이 사람은 별로 관심이 없다.  

오직 세상일이 관심사의 전부이다. 폰 삼매경이다.


그 옆 벤치에는 연둣빛 청춘이 앉아 있다.

이들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그러나 '멀리 있을 때가 아름답다. 그림으로 볼 때가 아름답다.'란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생판 다른 남녀가 만나, 서로의 마음을 맞춘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때로는 살아가면서 먹장구름 아래에서 흔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들을 만나 하소연하기도 하고

때로는 정다웠던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마침내 홀로 먹장구름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자녀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기도 하고(아이에게 줄을 달아 놓았다. '나에게서 멀리 떨어지면 안 돼!')

아니면 '인간들은 다 귀찮아. 오로지 나만 바라보는 이 동물이 인간보다 나아'하면서 동물의 사랑에 열중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인생의 동반자로 동물을 선택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인생이다.

그분의 열심은 이런 인간을 위로하기 원하신다.

그분은 갖가지 아름답고도 다양한 그분의 세계를 보여주기 원하신다.

마치 이 꽃처럼.

진분홍

보랏빛

연분홍

하양과 노랑

분홍 얼룩이. 아름다운 그분의 세계!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마태 6:26)"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할 수 있겠느냐(마태 7:26)"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 보냐(마태 7:30)"


세상에서 모든 것을 누린 솔로몬왕은 세상 모든 일이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도서 1:1)"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산 개가 죽은 사자보다 낫다(전도서 9:4)"고 살아있음의 소중함을 노래한다.

탐욕의 상징인 빌딩 위에 벌러덩 드러누운 이 아기코끼리나

시선 강탈의 찬란한 무늬의 흰 옷을 입고 자태를 뽐내는 이 달팽이보다

먹이를 찾아 구구거리는 이 산 생물이 낫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가 가깝기 전에(전도서 12:1)" 창조주를 기억하라고 한다. 


세상에 할 일 많아, 세상에 빠지기 쉬운 청년의 때에도 그분은 우리와 동행하시면서

생명의 물을 부어주셔서 모든 것을 넉넉히 감당하게 하신다. 

인생이 메마를 때에도

갈망으로 우리의 마음이 타들어갈 때도

고요할 때에도

화려할 때에도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 그에게 피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시편 34:8)"

그러나 가슴속에 후회로 가득 찬 노년이 되기 전에,

또한 이 세상을 하직하기 전에

"여호와를 경외하라. 그를 경외하는 자에게는 부족함이 없도다.(시편 34: 9)"

영, 혼, 육을 풍요롭게 하시고

아름다운 향기를 날리게 하시며

생명을 잉태케 하시고

성결케 하신다.

사람과 함께 어우러져 사랑을 나누게 하시며

힘든 사람을 이끌게 하시고

인생 끝날까지 함께 하는 어느 노부부의 모습처럼,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우리를 인도하신다.

그분의 이름은 

사랑이시다.

그분의 사랑은 지금도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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