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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May 22. 2023

한식 조리기능사 시험 3

-사진은 육원전

한식에서는 각 재료의 길이가 중요하다. 즉 이 말은 cm개념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길이는 가로 4cm, 세로 5cm이다. 그 외 가로 3cm, 세로 4.5cm 길이도 알아놓아야 하고, 가로 2.5cm, 세로 3.5cm와 가로 1cm, 세로 6cm의 길이도 대충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길이개념을 익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손마디 길이에서 1cm, 5cm 길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해 놓는 것이다. 그러나 실기시험에서 일일이 손가락 마디로 재료길이를  잴 시간적인 여유는 절대 없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항상 자를 가지고 다니면서 정확한 길이에 익숙해지려고 계속 노력한다. 그러나 나는 나만의 방법을 만들었다. 도형을 만들어 계속 손안에 넣고 가지고 다니면서, 그 길이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12. 화양적:요리시간 35분으로 쇠고기, 도라지, 오이, 표고버섯, 달걀노른자의 지단, 당근을 꼬치에 꽃은 요리로 0.6cm x 0.6cm x 6cm로 길이가 중요하다. 모든 재료의 길이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고기와 버섯은 요리하면 오그라들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서 재료를 잘라야 길이를 맞출 수가 있다. 쉬운 작품은 아니다.

13. 지짐누름적: 요리시간 35분으로 화양적의 달걀지단이 없다.  화양적은 달걀물을 묻히지 않고 조리한 재료를 꿴 것이라면, 지짐누름적은 볶은 재료를 꿰어서 밀가루, 달걀물을 입혀 지져 낸 것이다. 지짐누름적이나 화양적 다 꼬치에 재료를 꿰다가 재료가 부서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14. 풋고추 전: 요리시간 25분이다. 고추를 반으로 잘라 속에 소고기, 두부, 다진 파, 다진 마늘, 깨소금, 참기름으로 양념하여 만든 소를 넣어 지져낸 요리이다. 손의 섬세함이 필요한 작품이다. 집에서 대강대강 해서 먹던 나에게는 예쁜 모양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15. 무생채: 요리시간 15분이다. 내가 집에서 해 먹던 무생채와 다른 점은 고춧가루를 입힌 색이 결코 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연한 편이다. 평민들은 벌겋게 고춧가루를 뿌린 무생채를 먹고, 임금이나 양반들은 아주 순하고 점잖은 빛깔의 무생채를 먹었나 보다. (0.2cmx0.2cmx6cm이다)

16. 도라지생채: 요리시간 15분. 0.3cmx0.3cmx6cm로 그나마 31개의 품목 중 무생채와 함께 쉬운 작품에 속한다.

17. 더덕생채: 요리시간 20분이다. 더덕은 껍질 벗기고 방망이로 두드려 편 후, 가늘게 찢는다. 그리고 만들어 놓은 양념장에 묻힌다. 나의 실기 시험에 완자탕과 함께 나온 시험과목이다. 실기시험 치기 전에 손톱을 바짝 깎지 말라고 선생님이 말한다. 이 더덕을 손톱으로 찢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덕을 5cm 길이로 끊어지지 않게 찢어야 하는데, 마음만 급하지, 생각보다 잘 찢기지는 않는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시간 내에 작품을 만들어 내었는지 잘 모르겠다.

18. 겨자채: 요리시간 35분이다. 소고기, 오이, 당근, 양배추, 배, 밤, 달걀 황백지단을 0.3 cmx 1 cmx4 cm 크기로 만들어, 발효시킨 겨자채로 무치는 요리이다. 모든 재료의 동일한 길이가 중요하다. 

19. 육회: 요리시간 20분이다. 일정한 길이와 굵기로 채 썬 배를 접시에 돌려  담고, 접시 중앙에 짧게 채 썰어(0.3 cmx0.3 cmx6 cm) 양념에 묻힌 쇠고기를 담아내는 요리이다.  

20. 미나리강회: 요리시간 35분이다. 쇠고기, 그 위에 달걀 백지단, 그 위에 달걀 황지단, (폭 1.5cm. 길이 5cm) 그 위에 홍고추(폭 0.5cm. 길이 4cm)를 올리고 미나리로 묶어내는 요리이다.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21. 두부조림: 요리시간 25분이다. 두부는 가로 4.5cm, 세로 3, 두께 0.8cm인 길이가 중요하다. 의외로 실기시험에 자주 나온다고 한다.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두부를 사 오면, 나도 이 크기로 자르려고 애를 썼다. 그 크기가 크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내 마음대로의 크기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란 옛 어른들의 생각 때문인지, 실기시험에서 시험감독 선생님들은 음식의 맛을 보지는 않는다. 모양이 좋으면 맛도 좋다는 옛말을 100% 신뢰해서인지 모양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음식이라기보다는 작품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조리기능사는 눈을 즐겁게 하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인 것이다. 손놀림이 재빨라야 하고, 작품이 흩뜨려지려고 할 때 재빨리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작품이 되는 프로세스(과정)도 자신의 머릿속에 그리고 있어야 한다. 


지금 조리기능사 시험을 다시 치라고 한다면, 정말 꼭 해야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피하고 싶은 시험이다. 자신의 능력의 한계점을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있으시다면, 한 번 도전해 보시기를 바란다.  


다음번에 조리기능사 시험에 대해 마무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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