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은
형형색색
향기풍성
보들보들 꽃들
저마다의 잘남으로
찰나의 기쁨 누릴 때
무덤덤히
한여름의 뙤약볕 견뎌
참고 참아
정금같이 연단된 꽃 하나
사람의 몸 위해
기꺼이 고개 숙여
자신의 몸 깎는
수고 마다하지 않는
나 언제 한번
기꺼이 고개 숙여
나는 땅이 되고
그를 하늘 되게 한적 있었던가
들판에서 출렁이는 벼꽃을 볼 때면
기꺼이 고개 숙여
나를 하늘되게 하신
대신 죽은 그분이 생각나
밥 한 숟가락 뜨다 말고
창문너머
십자가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