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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Sep 17. 2023

제주도의 물과 생수

지구의 80%가 물이다. 인간은 음식 없이 2주 이상 버틸 수 있지만, 물은 3일만 마시지 못해도 탈수현상으로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물은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하는 속성 때문에 정화와 순결을 상징한다. 또한 엄마의 양수 속에서 생명이 자라기 때문에 물은 생명탄생에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생명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물은 인간의 중요한 식재료인 물고기를 끊임없이 제공해 주므로 풍요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으로 거대한 물 폭탄은 죽음을, 분리를, 소멸을 상징하기도 한다. 물이 주는 이런 부정적 이미지와 긍정적 이미지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 이미지인 물을 보기 위해 우리는 제주도로 갔다. 

제주공항의 비행기

하늘에 높이 떠있는 야자수가 분주한 인간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 무더기의 체험학습 온 학생들과 사람들이 즐비하게 공항에서 빠져나온다.

섬의 좋은 점은 어디를 가도 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본 물은 하늘과 땅이 만나 이루어진 천지연 폭포의 높이 22m의 물이다. 

천지연폭포의 물줄기

우리가 가기 전의 며칠 동안, 제주도에 많은 비가 왔다고 한다. 과연 천지연 폭포의 물줄기가 우렁찼다. 양쪽 산 위에 과녁을 세워두고 서로 마주 보면서 활을 쏘는 장소로 이곳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자니, 옛날 이곳 사람들의 간의 크기는 현대인의 간의 크기를 훨씬 능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다음 본 물은 소천지의 물이다. 백두산 천지의 축약판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소천지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운전하시는 분의 기지로 이곳을 찾게 되었다.

 울퉁불퉁 바위를 이리저리 헤집고 내려가니

이런 모양의 소천지가 나온다. (위에서 찍은 사진이어서 작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크기가 크다) 

지금 저 소천지에 스쿠버다이빙하는 사람들이 물고기인체 하면서 물고기를 놀라게 하고 있다.


다음으로 성산일출봉을 올라가면서 우뚝 쏟은 바위에 기대어  본 바다의 물이다.

물길을 쫓아가며 마을을 형성한 인간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물과 화목하기 위해 인간들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었을까?

지금 이 순간 잔잔한 물과 인간의 공존은 너무나도 평화로워 보인다.


그리고 그곳에 그 평화를 가슴에 싸안은 성산 일출봉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품에 안고 초록빛 싱싱함으로 다독이겠다는 일출봉의 넓은 가슴을 바라보며, 인간의 옹졸함이 길바닥에 나뒹구는 돌멩이 하나 같아, 발에 차이는 돌하나를 힘껏 차 날린다. 


일출봉을 내려오면서 바라본 바다의 물은 도무지 말이 없는 바위를 간지럽혀서라도 입을 열게 하려고 자신의 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었다.

이렇게 안간힘을 써는 파도 물을 응원하기 위해, 꽃들은 깃발을 들고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흔들리고 있다.

 

그들과 함께 마음이 흔들리다가, 소정방 폭포를 보고, 마음은 놀람으로 가득 찼다. 물살은 '소'자를 제거해 달라고 외치는 것 같이 거칠게 내려 꽂히고 있었다.

그리고 만난 23m 높이의 정방폭포의 물!

국내에서 유일하게 뭍에서 바다로 직접 다이빙하는 물인 정방폭포는 요란한 물소리로 그 자부심을 표현한다.


물소리로 요란한 그곳에서 하늘은 방음장치로 뭉게구름 이불을 펴 놓았다.

뭉게구름 이불 위로 저녁 어스름이 가만히 내려앉자

배들은 물에 수로등(가로등 대신 만든 말)을 밝히기 시작한다.

불 밝히는 수로등을 바라보며 정원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하루동안 받은 제주도의 물의 정기를 자랑하며,

그 물에 대한 보답으로 웃음 물길을 바다로 흘러 보낸다. 

대한민국 전 지역에 흩어져 말씀의 생수를 먹이는 이들이 함께 웃고 함께 찬양하며 함께 기도하는 그 밤에  하늘도 응답하듯 한 줄기 불기둥을 보내었다. 

이튿날, 새섬공원으로 가는 길에 만난 아침의 바다는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어젯밤 숙면을 취했는지, 오늘의 바다는 심히 무덤덤한 얼굴이다.


서귀포와 새섬을 연결하는 새연교.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다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 다리는 연합과 하나 됨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아침 식사 후 오른 송악산 길에는 유유자적한 말들이 늘 듣는 물(파도) 소리에 맞추어 꼬리를 흔들고 있다.

제주도 어디에나 널려있는 그 물은 그렇게 사람들을, 말들을, 그리고 산들을 품에 품고 어르며, 생기와 힘을 주고 있다.

나도 그 물에게 내 마음을 안긴다.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신체의)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요한 7:38)"고 말씀하신 것같이 생수의 강이 마르지 않기를 원하는 우리 모두는 2박 3일 동안 함께 드린 예배에서, 간증과 찬양에서, 서로의 사귐에서 그리고 제주도의 풍성한 물들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생수를 가슴 깊숙이, 따뜻하게 경험했다.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들 풍성한 생수의 삶을 누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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