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혹은 한밤중
누운 자리 밑으로 지하철이 지나간다.
한낮에도 지하철이 왜 지나가지 않으랴만
낮의 분주함이 지하철을 눌러 끽 소리내지 못 하게 하더니만
새벽과 밤의 한가로움은 지하철에게 관대하다
지하철은 내 잠자리 밑을
자장가로 가장하며
천연덕스럽게 지나간다
'칙칙푹푹 칙칙푹푹, 기차길 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그러나
내 잠자리 밑 지하철은 철거덕 철거덕 수갑의 쇠고랑 소리를 내면서
내 잠을 날리며 내 마음을 수갑 채운다
이 늦은 밤에 아직도 집에 가지 않은 사람들의 마지막 전철인가?
무엇이 저들을 가정 밖의 고삐에 이 늦은 밤까지 매어 놓았나?
이른 새벽
진공청소기 속으로 빨려들듯,
전철 속으로 사라지는 그들은
지구의 고단함을 피해
은밀히
은하철도 999를 타는 사람들은 아닐까?
내 잠자리 밑 지하철은
하루도 쉬지 않고
'나 여기 있어요!'를 외치며
내 마음 속을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