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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Jan 14. 2024

금붕어를 통한 묵상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방에 금붕어 어항이 있었다. 

얼마 전 한파가 맹위를 떨치던 날 어항에 가보니 살얼음이 둥둥 떠 다녔다.

이러다가 금붕어 죽이겠다 싶어 부엌으로 어항을 재배치하고 얼음덩어리를 걷어냈다.

그런데도 금붕어가 꼼짝을 하지 않는다.

얼어 죽었나 해서 한참을 보고 있느니 미세하게 움직이기는 한다.

금붕어밥을 넣어주어도 먹지 않고

거의 겨울잠 수준으로 꼼짝 않는다.(그래서 나는 금붕어도 겨울잠을 자나 보다고 처음에는 생각했다. 인터넷 검색까지 했다.)

사실은 금붕어가 골병이 든 것이다.

위로 올라올 힘도, 먹이를 먹을 힘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다. 금붕어를 Pet 가게에 데려갈 수도 없고.)

거의 일주일정도 지나니 그때에서야 먹이도 먹고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한다.


나는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면서 금붕어를 유심히 바라본다.

금붕어는 활발히 움직이며 살아있음을 증명해 보이고, 또 보는 나에게 기쁨을 주려고 애쓴다.


저 금붕어가 혹 나는 아닐까?

지구라는 어항 속에 갇혀 있는 나!


때로는 너무 힘들어 꼼짝 않는 나를 안타깝게 보고 계실 주님이 생각난다.

(하도 금붕어가 먹이를 먹지 않길래 금붕어 입을 벌려 먹이를 먹여야 하나? 하는 걱정까지 했다)

주님도 끊임없이 우리를 주시하시면서 우리가 힘들고 지쳐할 때 위로하시고, 병들 때 주님의 입기운, 성령으로 치유하시고, 영적, 육적 먹이를 먹고 활발하게 움직여, 주님 보시기에 기쁜 삶을 살기 원하시는 것이 아닐까? 


나는 지금 활발하게 움직이며 행동하는 믿음으로 주님을 기쁘시게 하고 있는 것일까?


한순간 어항 속 금붕어와 나는 눈이 마주친다.


저 금붕어보다 못한 나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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