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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Feb 22. 2024

태국!(5)'죽음'에서 '살음'으로

14일(수)-죽음의 열차탑승

콰이강의 다리와 연결된 죽음의 열차를 탔다. 칸차부리역에서 출발해서 왕포역까지 가는 여정인데, 거의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4년 걸려 완성할 철로를 단지 16개월 만에, 그것도 가파른 절벽을 연장도 없이 맨손으로 파서 만들다보니, 대부분의 강제노역자와 포로들이 죽었다는 그 죽음의 열차를 오늘 탑승해 보는 것이다. 

414km 길이의 선로가 저멀리까지 아득히 이어져 있다.

그 선로 끝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움직임을 기다린다.

드디어 죽음의 열차가 움직이자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음 안으로 들어가고, 조미료를 치듯 죽음 안을 차장과 물건 판매상이 오간다.

죽음 안에서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법! 우리 일행은 도나스를 사 먹었다. 쫄깃쫄깃한 맛이 살음의 기쁨을 더한다. 그 때 지나가는 또 한 사람. 그러나 우리는 지금 충만한 상태!

유리창이 없는 차장 밖으로 얼굴을 내민 사람들. 그들은 스치는 바람으로 자신의 살아있음을 더욱 확인하고.

절벽을 깍아 만든 선로가 굽이굽이 몰아치며 죽음을 통과하자

꽃들은 지나가는 열차에게 미소로 답하며, 서로의 살아있음을 묻는다.

기차길 옆 이 집은 기차소리에 '아기아기, 잘도 자며' 쑥쑥 살아나고 있는지?

1년에 사모작을 하는 풍요로운 땅은 시뻘건 민낯을 드러내며, 씨앗 품을 준비로 삶의 기운을 뿜어내고.

"태국의 모든 야채는 절대 무공해 야채입니다. 많이 드십시오. 왜냐구요? 비료가 너무 비싸 농부들이 사서 쓸 수가 없어요!"라는 가이드의 말을 뒷받침하는듯, 해충을 태우기 위한 불로 여기저기에 연기를 피워 올리는 땅은 그 뜨거움에 몸을 비틀면서 살아 꿈틀대고.

종은 노래하며 사람들의 살아 돌아옴을 환영한다.

선로 밑의 메콩강에 떠 있는 수상집도 삶의 끈질김을 보이고

왕포역에 도착한 죽음의 기차는 사람들을 토해내면서까지 살아보려고 애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만든 선로가 지금까지 살아,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을 그 역사적인 시간속의 죽음에서, 살아있음을 보게 하며,

그렇게 '죽음'의 열차는 '살음'의 열차로 바뀌어, 요즈음, 아주아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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