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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Jun 19. 2024

하나님의 숙제

어느 사모님의 2024년 6월 13일(목)부터 16일(일)까지의 일을 정리한 글입니다.


"엄마, 왜 나에게 전화 안 했어?"

"응. 오늘 좀 바빴어. 왜 무슨 일이 있었니?"

"엄마. 나 많이 울었어."

"무슨 일이야?"

"아빠가 아무 말도 안 했어? 아빠에게 다 말했는데"

"그래? 엄마가 오늘 어디 갔다가 이제 왔어. 아직 아빠도 못 봤어."

"엄마. 병원에 갔더니 아기가 '다운증후군'이래."

"뭐? 다운증후군? 그게 무슨 소리야?"

"피검사를 했는데 그렇게 나왔데. 엄마, 나 어떡해? 그런 아기를 키울 자신이 없어."

"잠깐만! '다운증후군'이 뭔지 먼저 엄마가 좀 찾아봐야겠다. 잠깐만 기다려 봐!"


이 분이 찾아본 지식으로는

'다운증후군'은 21번 염색체의 문제로, 외형적 특성을 가지며, 뇌기능의 저하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쉽지 않고 평균수명도 짧다. 일평생 부모의 사랑과 지지, 교육의 기회와 적절한 의학적 치료가 제공되어야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가 있다.


이분은 즉시 딸에게 전화를 했다.

"얘야, 너는 어떻게 하기를 원하니?  무슨 이런 청천벽력 같은 일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구나."

"엄마. 다운증후군 아이의 낙태는 합법이래."

"낙태? 안된다. 생명을 고의로 죽이는 것은 살인이야.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럼 어떡해? 이런 아이를 키울 수는 없잖아. 그럴 자신이 없어!"

"알겠어! 살인은 죄야.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셔서 죄는 용서는 하시되, 죄에 대한 대가는 지불하게 하셔. 엄마는 그게 죽기보다 싫다. 죄에 대한 대가를 또 어떻게 치러야 할는지, 그게 또 끔찍하디. 그런데 다시 한번 검사해 봐야 되는 것 아니야?"

"18일(화)에 다시 종합병원에서 검사하기로 했어. 아기의 목둘레를 잰다고 해. 엄마, 나 어떡하면 좋아?"

"얘야. 아빠 집안의 20번째 아기가 너의 아기인데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다. 이게 무슨 하나님의 뜻인지, 먼저 기도부터 해보자."


이분은 얼마동안 기도 후 딸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고 한다. 

"얘야, 살인은 안 된다. 그러면 다음 주 화요일, 다시 검사를 받을 때까지 하나님이 역사를 하셔야 해. 아이를 정상적인 아이로 바꾸어주시든지, 아니면 하나님이 아이를 데려가시든지를 기도해야 할 것 같다. 엄마는 삼일 금식하면서 기도할 테니까, 너도 기도해라. 먼저 회개기도부터 하렴. 마음이 정결해야 성령님이 역사하시니까!"


이분은 생명을 거는 기도를 하기로 작정하셨다. 딸아이의 미래의 삶이 결정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잠시 기도 후, 다시 딸에게 전화를 거신다.

"얘야, 너 혹시 그 아이를 정상적인 아이로 바꿔 주시면, 주의 종으로 하나님께 드릴 생각은 없니? 엄마는 기도하다가 갑자기 사무엘을 하나님께 드린 한나가 생각이 난다!"

"엄마, 그건 안 될 것 같아. 아이의 장래를 내가 어떻게 결정해? 아이가 받아들일지 어떨지 자신이 없어."

이분은 딸의 대답이 충분히 수긍이 가지만, 또한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사람의 영혼보다 더 귀한 것이 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아무리 이 세상에서 장수하여 백 년 동안 천천만만의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해도, 죽어 영원히 지옥불에서 고통받는다면, 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그런 영혼, 영혼에게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 대신 십자가 지신 예수님을 소개하고, 예수님을 믿게 인도하는 목회자의 사명은 그 어떤 것보다 고귀한 일이다. 딸도 물론 이것을 안다. 그러나 아직도 개척교회 수준의 교회를 섬기는 부모님의 힘든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선뜩 자녀가 목회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다. 영원한 천국에서의 삶보다 먼저 눈에 보이는 현실이 더 피부에 와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알겠어. 그럼 하나님이 아기를 데려가시라고 기도하는 수밖에 없네!"


이분은 먼저 회개기도를 한 후,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보낸다. 하나님에게 '돈(물질)보다 하나님, 당신을 더 사랑합니다.'라는 마음을 보여드리는 것이다. 그래서 아픈 사람, 예수님 믿을 사람들에게 작지만 선물을 보낸다. 그러고 나서 온 마음으로 기도하기 시작한다. 


하나님을 바라본 지 하루가 지났다.


14일 토요일이다. 기운이 하나도 없고 몹시 배가 고프다. 금식기도는 육신의 모든 소욕을 끊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하는 기도이므로, 육적 양식인 밥을 끊고 영적 양식인 말씀을 읽으면서 기도하면, 신기하게도 배고픔이 사라지는 경험을 또 하게 된다. 저녁쯤이다.

'하나님 은혜를 베푸시옵소서. 바꾸어주시든지 아니면 차라리 데려가 주시옵소서'를 기도하면서 다윗왕을 기억했다고 한다. 밧세바를 범한 후 그 죄의 대가로 낳을 아들을 죽이겠다고 예언한 선지자의 말을 듣고 금식하며 하나님 앞에 무릎 꿇어 기도한 다윗! 그의 심정은 '제빌 용서해 주시고, 이 아들을 살려 주시옵소서!'가 아닐까?


문자가 띠리리 온다

"엄마, 나 지금 응급실이야. 갑자기 피가 나와서 병원에 왔어."

그분은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하면서 계속 '하나님, 어떻게 된 겁니까?' 물으며 기도했다고 한다.


다시 문자가 왔다.

"엄마, 나 유산했어. 피를 많이 흘렸어. 다 빠져나와서 의사가 수술할 것도 없다고 했어."


이분은 너무 놀랍기도 하고, 너무 기쁘기도 했다고 한다. 기도를 듣고 응답해 주시는 하나님!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전 10:13)"


응답하신 하나님이 너무 감사해서, 이분은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6일(일) 저녁 10시 35분까지 금식기도를 계속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분이 한 말이다.

"우리에게 이루어지는 모든 일에는 우연이 없어요. 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싶은 것이 있으신 것이에요. 이번에 주신 하나님의 시험은 구체적으로 저희 가정에 무엇을 말씀하시고자 한 것인지 계속 기도 중이에요. 하나님이 주신 숙제를 잘 풀었는지 또한 잘 모르겠어요. 이제 나이도 들고 해서 금식하기가 쉽지 않네요. 앞으로 하나님이 좀 쉬운 숙제를 내주셨으면 해요. 그러나 어쨌든 은혜를 베풀어주신 하나님께 이 모든 영광을 올려 드려요!!"


맞는 말씀이다. 하나님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신다. 단지 우리의 영적 귀와 영적인 눈이 막혀서 이를 알아듣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한다. 

그 사모님처럼, 지금 나는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숙제를 잘 풀고 있는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여 그분을 사랑하고 있는지?


"오, 주여! 저에게 은혜를 베푸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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