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놓은 창문으로
비가 들어온다.
지금까지 창문을 두들기기만 하다가
막상 창문을 열고
들어오라 하니
비는
쭈빗쭈빗 들어오기를 망설인다.
겨우 창틀만 조금 적실뿐인데
비는
무엇이 궁금해서
그렇게 오랫동안 창문을 두드렸을까?
마당 가득 나무와
작은 연못,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하얀 복슬개가
너무 신기해
늘 그 집 대문에 붙어 서 들어다 보다가
어느 날
큰 대문이 휙 열리고
또래의 아이가 들어오라 손짓할 때
쭈빗쭈빗
안을 한번 보고는
뒤돌아서 달음질하던 쪼그만 여자아이가
오늘
비가 되어
내 손을 한번 적시고는
뒷걸음질 치려 한다.
오래동안의 기다림은
오히려
작은 흔적만을 남기기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