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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세계관 6(유물론과 유심론)

김민호 저 "기독교 세계관"

by 김해경

1. 천국은 무엇인가? (그리스도의 재림이 갖는 의미)

오늘날 믿음의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무엇을 위해 오셨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궁극적인, 우주적인 회복'이라는 인식이 없다. 그저 개인의 구원, 나 자신의 천국 가는 문제만을 위해 예수님이 오셨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예수님에 대한 인식의 뒤틀림이 윤리의 왜곡으로 나타난다. 믿음으로 얻는 개인 구원만을 생각한 나머지 "이제는 굳이 착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무율법주의적 사고나 혹은 "나의 구원을 윤리로 유지해야 한다"는 율법주의적 사고에 빠지게 된다.


기독교 신앙에서 인식론은 굉장히 중요하다. 십계명의 1 계명은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을 네게 두지 말라"인데, 이 말씀은 실재론에 대한 것이고, 2 계명은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것의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인데 이는 하나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인식론)을 가르친다. 그리고 금송아지 사건(출 32장)은 인식의 오류는 필연적으로 가치론(윤리와 미학)의 오류를 낳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참된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궁극적으로 세상 전체를 회복하는 데에 있다.


바울은 예수님을 '마지막 아담'이라고 불렀다. 본래 첫째 아담은 문화명령, 곧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명령을 따라, 하나님 나라로서의 에덴동산을 온 땅에 확장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의 타락으로 온 땅은 에덴동산이 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는 저주를 받는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마지막 아담으로 오셔서 경작자(예배자)들을 재창조하셨고, 그 경작자들로 첫 아담에게 목표했던 하나님 나라 확장을 다시 이루신다. 사람의 죄로 인해 타락한 이 세상이, 이제는 그의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나라인 에덴동산으로 회복되기를 원하신다. 피조물들이 교회를 통해 고대하는 것은, 옛 아담과 후손을 통해서 파괴되고 가시와 엉겅퀴로 가득한, 온 세상의 완전한 회복이다. 이런 점에서 예수님의 재림이 갖는 목적은 우주적이며 거국적 회복이다.


2. 천국에 대한 이교도적 이해: 유물론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은 천국에 가서 소위 놀고먹으며 매일같이 향락을 즐긴다는 상상에 빠져있다. 천국에 대한 이런 이해는 유토피아적이며 유물론적인 사고의 결과물이다. 유물론자는 참된 실재를 물질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은 결국 물질의 완전한 회복을 꿈꾼다. 그러나 가시적이며 물질적인 것이 아닌 정신이나 영혼의 문제는 아주 가치 없는 것으로 취급한다. 이들에게 있어서 정신은 단지 호르몬 작용의 결과일 뿐이다. 신도 이런 호르몬 작용의 하나라고 본다. 이들은 물질, 체계, 조직, 구조등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물질을 통해 정말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오늘날 물질의 풍요가 극대화된 현대 사회에서 왜 자살률은 높아지고 있을까?


3. 천국에 대한 이교도적 이해: 유심론

유심론자들은 궁극적인 구원을 육신의 탈피로 이해한다. 육신을 완전히 벗고 완전한 이데아의 상태에 들어가는 게 그들이 말하는 천국이다. 그래서 이들은 육체를 학대하며, 이 땅의 물질적인 것을 거부한다. 이것은 불교의 세계에 나타나는 플라톤주의의 이원론과 같은 유심론이다. 그런데 오늘날 기독교를 이런 식으로 이해하는 믿음의 사람이 많다. "예수님 믿고 잘 먹고 잘 살자!"는 유물론적 이해를 반영한 것이고, "예수님 믿고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금욕으로 마음의 화평을 찾자!"라는 구호는 유심론적 이해를 반영한 것이다.


4. 성경이 말하는 새 하늘과 새 땅: 만물의 갱신

예수님은 육체만을 위해서도 아니고 영혼만을 위해서 다시 오실 분도 아니다. 예수님은 육체와 영혼, 모두를 구원하기 위해 오신다. 하나님께서는 영혼과 육체 모두를 창조하셨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예수님의 재림을 통해 전인격적 구원을 이루신다. 그래서 기독교의 목표, 혹은 구원의 완성을 성경은 "새 하늘과 새 땅(사 65:17, 벧후 3:13. 계 21:1)"이라고 표현한다.


새 하늘과 새 땅은 새로운 피조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전에 것을 회복하고 갱신하신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 하늘과 새 땅의 도래는 하나님의 피조 세계에 대한 완전한 회복을 통한 궁극적인 승리의 선언이다.


하나님은 이 일을 위해 교회를 선택하셨다. 그렇다고 해서 교회가 이 세상에 새 하늘과 새 땅이라는 유토피아 건설을 위해 혁명에 가담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또 영원구원만을 위해 세상에 완전히 등을 돌리고, 매일 전도만 하고, 예배당에 갇혀 사는 이원론적인 삶을 살라는 뜻도 아니다.


영혼구원뿐만 아니라 물리적 세계에 해당하는 가정, 지역사회, 국가에도 하나님의 역사가 시행될 수 있도록 믿음의 사람은 애써야 한다. 이는 하나님을 만난 자들의 인식이 변화하여,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회복의 역사이다. 물론 이 땅에서 회복이 완성되지는 않지만, 성경이 가르치는 바로 주님의 재림을 통해, 궁극적으로 그 나라가 완성된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이 땅을 구원하시기 위해 예수님을 보내시고, 또 우리를 구원하신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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