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내 앞에 앉은 선생님의 남편은 중학교의 체육교사이다.
그런데 어느 날 뜬금없이 이런 말을 했다.
"운동하는 사람은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아니 아예 생각을 안 해요!"
나는 '왜 그런 말을 하나요? 혹은 남편 때문에 무슨 일이 있나요?'라고 묻지를 않았다.
공부하기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는 선생님의 눈에 비친 남편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구태여 미주알고주알 물어서 자신의 연애결혼을 후회하는 모습으로 만들기는 싫었다. 즉 그 선생님의 아픈 마음을 다시 확인시켜, 고정된 상처로 자리매김하게 하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아! 그래요?"
나는 간단히 대꾸하고 말았다. 그 선생님은 내심 섭섭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맞장구치면서 그 선생님의 남편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풀어줘야 했는데, 내가 너무 가볍게 지나쳤기 때문이다. 그 선생님의 '생각이 없다'는 말은 그 선생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를 남편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지, 어찌 사람이 생각 없이 살아갈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짝을 바꿀 마음이 없는 한, 적응하고 협상하며 함께 인생을 걸어갈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쑤셔 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그 선생님의 말이 슬며시 내 마음에 떠올랐다.
"운동하는 사람은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아니 아예 생각을 안 해요!"
'혹시 나도 요즘 하나님이 생각하기를 원하는 생각은 안 하고, 배드민턴에 너무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초등학교에 오고 난 후인 작년 4월부터 배드민턴을 배웠다.
그런데 지금 학교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선생님들 중에서 내가 제일 못 친다. 게임을 하면 나와 파트너를 한 팀은 늘 진다. 그러니 미안할 수밖에 없다. 이런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좀 더 잘 쳐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지 않은 한, 모든 운동은 세월의 때를 입어야 능숙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배드민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나에게 한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의 나이와 배운 세월을 생각해 보세요. 지금 그 나이에 배드민턴을 치신다는 것과 이제 일 년 정도 배우셨는데, 못 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죠!"
맞는 말로, 약간의 위로는 되었지만, 매일 부딪치는 현실에서는 큰 약효가 없는 것이 문제이다. 배드민턴 게임을 할 때마다 경기에서 지니, '따로 배드민턴 선생님을 구해서 레슨을 받아야 하나?' 하는 마음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드민턴을 통해서 나는 인생을 생각했다.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라 파트너와 함께 하는 경기여서 이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한 사람이 잘한다고 해도 다른 한 사람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그 게임에서 이길 수가 없다.
부부라는 경기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한 사람이 유능하다 해도, 다른 한 사람이 뒷받침이 되지 않는다면 인생이라는 경기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배드민턴을 일찍 배운 사람은 실력이 있어서 유유자적하게 게임을 즐긴다. 마찬가지이다. 부부라는 파트너가 서로 돕고 협상하는 법을 일찍 배운 사람은 인생의 험난한 파도를 그래도 여유 있게 그 파도를 타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배드민턴 선생님을 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듯이, 그래도 너무 다행인 것은 우리 인생의 문제에는 언제나 한 선생님이 계신다는 사실이다. 그 선생님은 우리의 형편사정을 너무나 잘 아시고, 또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까지도 너무나 잘 알고 계신다. 또한 아는 것으로 그쳐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지시만 하는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지시만 해서 아이들이 따라오는가? 쉽지 않다. 처음에는 함께 이끌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늘 함께 하시면서, 친히 우리를 인도해 주시겠다고 하신다. 그것도 공짜이다. 단지 수업료로는 말씀 읽기와 기도, 그리고 예배는 지불해야 한다.
이 좋으신 선생님이 계신데, 사람들은 이리저리 방황하며, 고민하며, 살아간다.
너무 늦게 배드민턴을 만나, 마음고생, 육신고생하는 미련한 나 자신이지만, 참으로 다행인 것은 일찍 인생의 선생님을 만났다는 사실이다. 배드민턴은 꼭 해야 하는 필수과목은 아니지만, 인생은 살아가야만 하는 필수과목인지라, 지도선생님이 꼭 필요하다.
비록 지금의 배드민턴 경기에서는 늘 지고 있지만, 인생이라는 경기에서는 지지 않고, 이기는 자가 되기를 나는 생각하며, 또한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