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속에 있다는 것은
아이들의 세계에 잠시 나그네가 되는 것
아이들은 내가 머물 공간을 내어주면서도
생색내지 않아
친구와 장난치고 소리치고
때로는 사고 치는 그들의 세계에
내가 잠시 걸터앉아 웃을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기쁨이며 또한 슬픔.
저들의 세계에 가지가 뻗어 나고
작으나마 영롱한 꽃이 핌을 보는 것은
아침 이슬을 맞이하는 기쁨과 같은 것
재잘재잘
쫑알쫑알
저들의 소리 세계에
알지 못할
희뿌연 먼지가 솟구쳐
아이들의 목이 메는 날에는
활발히 움직여야 할 어항 속 금붕어가
인간의 실수로
에어펌프의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기진맥진하듯
아이들의 축 처진 입을 바라볼 때
저들보다 먼저
슬픔의 아지랑이
내 입술에 머물고.
아이들이 내어준
그들의 세계에서
나는 그들과 함께 미끄럼틀을 타는 사람
신나게 질주하다가
맨땅에 엉덩방아를 찍고
다시 일어나
미끄럼틀로 질주하는
아이들 속에 있다는 것은
질주하는 시간 속에
감춰진 보화를
하나씩
캐어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