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내가 꺾은 수많은 꽃들에게

by 김해경

꽃들 속에 숨어 있는 그대를 찾느라

꽃밭을 마구 휘젓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대를

꽃밭 속의 꽃으로만

만족하지 못한 이 욕심 때문에

이리저리 휘젓는 내 손놀림으로

바람일어

꽃잎이 흔들렸고

나비가 떠나가고


꽃들 속에 어루러진 그대가

마냥 아름답건만

그대를 뽑아

내 방

내 작고 초라한 방

한 귀퉁이 찌그러진 다갈색 나무 탁자 위

푸르스름한 꽃병에 꽃힌 그대는

푸르스름하게 멍든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산들바람 불고

나비, 벌 날아와

그대에게 속삭이던

그 시절을 꿈꾸는지

그대

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숨죽은 모습이


내 마음에

멍울로 남아


손아귀에 움켜쥐는 기쁨보다


그대를


바라보는 기쁨

생각하는 기쁨

셀레는 기쁨

꿈꾸는 기쁨으로


지켜내지 못했다는

후회 때문인지


4월의 흩날리는 꽃가루는

그대 꿈의 파편인양


나의 시야를

뿌옇게, 아프게 가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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