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묘비명

(살아갈 날 수를 계산하며)

by 김해경

밥그릇 수로

남은 인생

셈하는 것이

꼭 먹다가만 가는 인생 같아


매주 토요일

호수공원 둘레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내 인생의 숫자를

계산한다.


한 바퀴 돈 오늘

나는

살아야 할 날짜에서

한 주를 제한다.

그래서

어쩌면

"2080번(40년*52주) 공원을 산책한 사람"

이라는 묘비명을

나는

가질지도 모른다.


이 묘비명이

너무 무덤덤해

나는

무언가를 덧붙여야 한다.


2080번 산책할 동안

날마다

쓰레기를 하나씩 주우면

어떨까?


"2080번 공원을 산책하며

지구를 깨끗이 보존하기 위해

2080개의 쓰레기를 주운 사람"


괜찮은 인생을

살다 간 냄새가

나지 않는가?



P.S: 40년이라는 숫자는 50세부터 산책을 시작해서 90세까지 산다는 가정하의 숫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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