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2월은 약간 정신이 없는 시간이다. 선생님들은 다가올 새 학년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을 함께 가지면서 약간 긴장하는 시간이고, 새로 부임하는 선생님들은 새로운 학교에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2월이 나에게는 이제 학교를 완전히 마무리하는 시간이었다.
대한민국이 얼마나 좋은 나라인지, 초등학생에 대한 지원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지난 2년간 초1, 2 맞춤형 프로그램이 도입되어서, 1, 2학년 학생 중 신청하는 아이들에게 정규수업 후 2시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이 무료로 지원되고 있다. 작년부터는 아침 돌봄이라는 프로그램이 도입되어서, 아침에 일찍 오는 학생들을 관리해 준다. 또 기존의 돌봄 교실에서는 맞벌이 학부모의 학생들을 저녁 7시까지 학교에서 돌봐준다. 또한 틈새 돌봄이라는 제도도 있어 수업 후 학원 가기까지의 시간 동안 보호해 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리고 비록 수익자 부담이지만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학교 안에서의 교육으로 학부모의 사교육비 경감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는 초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에 50만 원의 자유수강권을 주어서, 이 한도 내에서 수익자 부담 방과 후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수강할 수가 있다.
호주와 미국에 사는 두 딸은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는데 한 달에 거의 250만 원의 교육비를 자부담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힘든 일은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데리고 와야 하는 일과이다. 호주의 지인이 한국에 잠시 살러와서 가장 좋아했던 것은 학원차가 와서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데려다주는 것이었다. 또한 미국에 있는 둘째 딸이 한국에 매년 나오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학원비가 미국보다 훨씬 싸다는 것이다. 재작년에는 두 손자가 한국 와서 수영을 배웠고, 작년에는 음악줄넘기를 했다. 피아노, 배드민턴, 씨름, 그리고 수학 등 아직도 한국에 와서 배워야 할 활동들의 리스트가 딸의 머릿속에는 빼곡하다.
나라돈이 학교에 많이 지급되다 보니, 정산해야 할 일도 많다. 이것이 나의 담당업무였다. 2월 내내 교육청에 정산내용을 보고하는 서류를 계속 제출해야만 했다. 영어 가르치는 일과 이 업무가 1/3 대 2/3 정도의 비율이었는데, 영어수업은 나에게 너무 재미있는 시간이었지만, 이 행정일은 날이 갈수록 익숙해져 가고는 있었지만, 내가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정산 중에 한 가지의 정산일이 꼬였다. '성립 전 예산편성'이라고, 교육청에서 내려온 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 예산을 편성하는 일이 있는데, 이 예산편성이 잘못된 것이다. 즉 돈이 사용되어야 하는 영역이 있는데, 이 영역을 시작부터 잘못 설정한 케이스였다. 나는 너무나 당연히 모든 지출내역을 적어 보고했고, 남은 금액은 다 반납하겠다고 서류를 작성했다.
그런데 교육청에서 전화가 왔다.
"예산 사용을 잘못했습니다. 지금 잘못된 영역에 사용한 예산은 다 반납해야 합니다!"
"네? 비품비와 소모품비로 예산편성이 되어 있는데, 무슨 영역이 잘못된 건가요?"
"이 돈은 비품비와 설치비로만 사용해야 하는 예산이에요. 소모품비로 사용한 금액은 전부 반납하세요!"
"뭐라고요? 그렇게 예산편성하라는 말은 처음 듣는 소리인데요?"
갑자기 눈앞이 노래졌다. 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나 위에 다른 한 명의 실장님이 계시고, 성립 전 예산을 총괄해서 짜는 행정실장님이 또 계신다. 이 두 사람 다 그 어느 누구도 이 예산을 이런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 사람이 없었다.
며칠 전 2월 24일 학교로 출근하는데, 도로에 온통 염화칼슘이 굴러다녔다.
일기예보에 눈이라고 되어있어서, 밤사이 교통원활을 위해 염화칼슘을 잔뜩 뿌린 것 같았다. 그런데 눈이 오지 않았다. 밤새도록 자지도 못하고 열심히 노동한 사람들은 아마 곤하게 자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침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은 희무끄레 한 도로와 자신의 비싼 자동차의 밑바닥이 염화칼슘에 손상되는 일에 대해 도대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옳을까를 나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오보를 낸 기상청 사람들에게 일까? 아니면 변덕을 부린 자연에게 일까?
마찬가지의 사건이었다. 예산편성을 잘못한 행정실장에게 일까?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늘봄실장에게 일까? 아니면 실무담당자인 나에게 일까?
어쨌든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었고, 나는 이 사건을 수습해야 했다. 잘못 사용한 금액의 모든 품목을 찾아내야 하고, 그 예산의 품목을 변경하여, 다른 예산에서 이 돈을 사용하는 것으로 처리해야 했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거의 2주간을 스트레스 잔뜩 받으면서, 이 일을 처리하느라고 골머리를 앓았다.
그 2주간 안에 내 생일이 있었는데, 이를 알지 못했다. 나중에 손자, 손녀들이 보낸 영상을 보고서야 내 생일인 줄 알았다. (나는 원래 기념일에 대해 감각이 둔하다. 항상 지나고 나서야 이를 인지한다. 이것도 일종의 생활습관인 것 같다)
이런 큰 사건을 하나 넘으면서, 또 흰 머리카락이 하나 나면서, 나는 인생의 한 획을 그었다.
하나의 마무리를 하는 데에는, 이런 정도의 노력을 동반해야 하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그러나 아름다운 사건들로 아름답게 수놓은 초등학교의 커튼이 내려오는 것을 바라보면서, 이런 아름다운 시간을 선물해 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아직도 막을 내리지 않고 무대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보석 같은 이 학교에서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