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라지

by 김해경

"혹시 지금도 산후도우미 교육을 시행하고 계시나요?"

"네. 합니다. 그런데 실례지만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지금 00살입니다."

"아이고, 그러세요? 저희 교육은 62세까지의 연령제한이 있습니다!"


3 전년, 호주의 첫 아이가 태어날 때, 학교에 한, 두 달간 연가를 내더라도 산바라지를 하러 갈까 해서 전화를 했었던 기관에서 받은 전화 내용이다. 산바라지가 얼마나 힘든 일이면 이런 연령제한까지 있을까 생각하니, 좀 기분이 착잡했다. 그래서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 찾은 한 교육기관에서 '산후관리사' 교육을 인터넷으로 들어보기로 했다.


미국의 둘째 딸은 첫아들을 낳을 때는 교회 식구들이, 둘째 아들을 낳을 때는 시어머니가 가셔서 산바라지를 했다.(둘째 딸이 먼저 결혼했는데, 둘째에게는 지금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 당시 내가 미국에 갈 형편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첫째 딸이 첫 딸을 낳을 때는 산후도우미가 오셔서 도우셨다. 그러니 나는 산바라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해서, 일단 뭘 좀 알고 가기를 원했다. 그런데 대면교육은 연령제한에 막혀 안 되고, 어쩔 수 없이 온라인 교육을 선택한 것이다.


온라인교육은 20강인데, 1강에서 6강까지는 산모 케어, 7강에서 18강까지는 신생아 돌보기, 19강은 가사 돕기, 20강은 신생아 학대로 구성되어 있다.


호주로 가기 전, 집안정리, 교회정리, 산후조리에 필요한 물건사기 등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앉아서 이 강의를 들어야 하나?' 하는 갈등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가서 당황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앉아서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산모케어에 들어가 강의를 듣는데, 나의 산후조리 과정이 생각나서, 속에서 화가 치솟아 오른다.

"이 보세요! 출산 후 2주간은 절대 안정이 필요하데요. 모든 뼈와 근육이 활짝 열려있기 때문에, 무리하면 절대 안 된다고 하잖아요~!"

옆에 있는 남편에게 나는 냅다 고함을 지른다.


나의 친정엄마는 살아계실 때, 늘 몸이 안 좋으셨다. 그런데 엄마가 입에 달고 사신 그 아픈 이유가, 옛날 우리를 낳으실 때 너무 힘든 시기여서, 아이를 낳자마자 공장에 가셔서 (대구는 방직공장으로 유명했다) 일하셨기 때문에,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 하셨다는 것이다. 내가 아기를 낳을 때도 산후조리원이라는 이름 자체도 만들어지기 전의 시대여서, 대부분 친정엄마가 도와주셨는데, 나의 경우에는 엄마가 편찮으셔서 나를 도와주실 형편이 못 되셨다. 첫 딸을 낳았을 때는 시어머님이 오셔서 산후조리를 해 주셨다. 친정엄마의 경우를 봤기 때문에 산후조리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시어머님의 섬김에 마음이 편치 못했고, 또 미안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이 있었는데, 남편까지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물론 본인의 엄마가 오셔서 이일을 감당하시는 것이 미안해서였겠지만, 남편은 1주일이 지나자 내 머리맡에 앉아서 이런 말로 나의 마음을 더욱 힘들게 했다.

"옛날에는 1주일만 지나면 다 일어나서, 밭 매고 일을 했다던데~"


남편이 이러니, 누워있기가 바늘방석 위에 누워있는 것 같았다. 남편의 그 말이 내가 두고두고 남편에게 화내는 빌미가 되었다. 그런데 이 강의를 들으면서 그 당시가 또 생각나, 화가 치솟아 오른 것이다. 어쨌든 첫 아이의 산후조리는 그렇게 끝냈고, 나의 둘째 아이 산후조리는 시어머님도 연세가 많으셔서, 동네 할머니에게 부탁해서 도움을 받았다. 이 할머니도 두 주간만 해주시고 가셔서 , 동네의 한 젊은 아가씨에게 집안일은 좀 부탁했더니만, 이 아가씨는 정말 자기 마음대로여서 오고 싶으면 오고, 안 오고 싶으면 안 와서, 많이 애먹은 기억이 있다. 그렇게 겨우 한 달을 채웠다.


특히 둘째 딸을 낳고는 '아! 나는 아들을 못 낳은 좀 모자라는 사람이구나!(왜냐하면 시어머님이 남편을 너무 사랑하셔서 남편 닮은 아들을 너무너무 원하셨기 때문이다!)'라는 생각에 아이를 낳자마자 많이 울었다. 그런데 남편은 7월 중고등부 수련회 때문에 심지어 집에도 없었고, 며칠이 지난 후에 나타나서, 둘째를 처음 본 것이다.


나의 친정엄마에게서 내려온 산후조리의 흑역사를 딸 대에서는 끊고 싶었기 때문에, 마지막 아이를 낳는 첫째 딸에게는 내가 꼭 산후조리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강의를 들어볼수록 '야! 이거 보통일이 아니네!' 하는 마음과 "밭 맬네? 아기 볼래? 하면 다 밭 맨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 일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라던 첫 강의 때의 강사님의 말과 함께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00야! 엄마가 꼭 산후조리를 해 줘야 되니? 사람 사서 하면 안 돼?"

"엄마! 이제 너무 늦었어! 일찍 예약해야 했었다고~ 엄마! 겁내지 말고 와! 별로 힘든 거 없어(딸아이의 생각!). 리아는 낮에 잘 먹고 잘 자고, 나도 리아 잘 때 자고 해서 그 아줌마가 할 일이 없어서 일찍 가셨어."

"그래? 리아가 참 감사하네~ 그런데 이 강의를 들으니 신생아가 아픈 경우도 많더라. 내가 너의 마지막 아이를 위해서 이렇게 이 자격증을 꼭 따야 될까? 앞으로 쓸 일도 없잖아!"(나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댄다)

"엄마! 엄마가 그 강의신청했다고 했을 때, 나, 많이 감동했었어! 그러니 끝까지 강의를 잘 들어 봐!"(딸은 친정엄마가 와서 마음 편하게 산후조리를 하고 싶은 것이다!)


앉아서 계속 강의를 듣자니, 지겹다. 며칠을 꼬박 들어(강의속도가 1로 고정되어 있어서 빨리 듣기를 할 수도 없다!) 마침내 저녁 11시경이 되어서야 18강까지 다 들을 수가 있었다.(3월 11일, 수요일 밤) (강의를 듣는 순간순간, 딸에게 전화해서 '리아는 이런 경우 어땠니?'라고 확인하면서 들었는데, 딸의 말을 들으니, 리아는 참 하나님의 은혜로 수월하게 잘 큰 것 같았다!) 내일까지 계속 듣기가 지겨워서, 두 강의를 남긴 채 시험에 응시했다.


시험문제는 20 문항인데,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거의 10분도 안 되어 다 체크하고 끝냈다. 당장 결과가 뜬다.

자격증점수.jpg


듣지 않은 두 강의 중에서 한 문제가 나왔는데, 자세히 읽지 않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산모가 도움이 필요할 때 걸 수 있는 전화번호는 어느 것인가?"라는 문제였던 것 같다. 나는 속으로 "몰라! 인터넷 찾아보든지,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아?"라고 하면서 아무 번호를 찍은 것 같은데, 이 한 문제가 틀린 것 같았다. 가족 단톡방에 결과를 올리고 잤는데, 다음 날 일어나 보니, 축하한다는 가족들의 댓글이 달려있었다.


그런데 이 첫째 딸은 혹시나 엄마가 듣지 않은 두 강의 중에 꼭 필요한 내용이 있지나 않은지 걱정이 되어,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엄마! 그 두 강의의 제목은 뭐였어?"

"야! 안 들어도 된다. '가사 돕기와 신생아 학대'인데, 그건 그냥 지나가도 되는 내용일 거야! "

그리고 덧붙인다.

"엄마는 이론에는 강한데, 실전에는 약해!"


꼭 벼락치기 공부를 한 것 같아서, 머릿속에 별로 남아있는 것이 없어, 걱정이 된다.


딸의 말, "엄마! 이제 오래되어서 아기 목욕을 어떻게 씻기지 하고 어제 박서방과 걱정했는데, 이제 걱정이 없네!"

'에고고, 이 아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엄마는 아직도 잘 몰라!!'


제발 하나님의 은혜로 '산모, 아기, 다 건강하고, 아기는 잘 먹고 잘 자고 별 탈 없이 순하게 잘 자라나기를! 또한 산바라지를 하는 내가 건강하게, 수월하게 잘할 수 있기를!'이라고 기도한다.


리아의 성경암송 모습





작가의 이전글인생의 선 긋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