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by 김해경

'용량 부족'이라는 내 컴퓨터의 말에

반응하여

살리느냐, 죽이느냐의

고심 끝에

몇몇 자료들을 지우다가


앗!


잘못 눌러

모든 자료가


흑암 속으로

사라졌다.


쓰레기통을 뒤지고 뒤져도

내 시간과 땀과 열정은


하찮은 쓰레기 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 듯이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갑자기


나의

2020년과

2021년이

사라져 버렸다.


깜깜해진

내 마음이


컴퓨터 화면에

내려앉아


화면은 더욱 새 깜 해져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더 이상 채워질 수 없는

'용량 부족'으로

내가

지워질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잠시 동안이나마

깜깜함을

맛볼까


사람들은


가슴 치며

애통해하지 않을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때


외장하드(천국)에

넣어두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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